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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성보험 12兆 만기 도래하는데… 대안 없는 생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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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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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절판 마케팅’을 통해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들이 상품 만기 도래로 해지환급금을 돌려줘야 할 때가 되자 울상을 짓고 있다. 그간 생명보험사들은 타개책으로 단기납 종신보험에 주력했으나, 금융 당국 제재를 받은 뒤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부채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전체 생명보험사 22곳 일반계정 기준 저축성 보험 해지환급금은 12조9017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35조261억원)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6월(9조7767억원)보다는 늘어난 수치다. 5년 전인 2018년 6월 기준(8조2399억원)보다는 56% 넘게 증가했다. 생명보험사가 대규모 해지환급금을 지급해야 하는 추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올해 중 생명보험사가 추가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은 10조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올해 저축성 보험 해지환급금이 증가한 이유는 2013년 2월 세법개정 전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 보험의 만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2013년 이전만 하더라도 보험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한도 없이 비과세가 적용됐다. 하지만 세법이 개정되면서 2억원 비과세 한도가 생겼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은 법 시행 전 절판 마케팅으로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2012년 12월 기준 저축성 보험 누적 판매 건수는 230만3823건으로 전년 동기(208만614건)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인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5조5523억원에서 18조1363억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당시 팔렸던 저축성 보험 대부분은 10년 만기로 고금리 상품이었다.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은행 수신금리가 3.0~3.71%였던 상황이라 5%가 넘는 상품을 판매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고금리로 팔았던 저축성 보험은 생명보험사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했다. 리스크를 감당해서라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역마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다시 고금리 기조가 시작됐지만, 10년 만기를 채운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명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해지환급금 규모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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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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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까지 단기납 종신보험에 주력했다. 5년·7년납 만기에 환급률을 120% 안팎으로 설정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저출산에 따라 기존에 판매하던 종신보험의 인기가 떨어지고,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저축성 보험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자 선택한 대안이었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지난달부터 단기납 종신보험에 제재를 가하면서 발생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마치 저축성 보험인 것처럼 판매되는 행태를 막겠다며 5년·7년납 종신보험 해지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한 것이다.

규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생명보험사들은 대안 상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며 겨자먹기로 5년·7년 시점 환급률을 금감원이 요구한 100% 미만으로 설정하는 대신, 10년 시점 환급률을 120% 안팎으로 만들어 여전히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힘쓰고 있다. 아직까지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쟁력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더행복종신보험’을 목돈 마련에 유리하게 설계해 판매하고 있다. 남성 기준 매월 50만원을 7년 동안 납입하면, 10년 시점 환급률이 120% 수준으로 목돈 5000만원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폭탄으로 전락한 저축성 보험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나서 보험부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부채 구조조정은 생명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기거나 판매된 계약을 보험사가 다시 매입하는 방안 등을 의미한다.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금융 당국과 저축성 보험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가입자 손해 없이 해지환급금을 지급하는 데 더해 인센티브까지 제공해서라도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선 저축성 보험을 만기까지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무조건 부담이 된다”며 “급전이 필요한 보험 가입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지환급금을 제공해 보험을 해지하도록 한다면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안이다”라고 전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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