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통역사' 고영환 교수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 "북한, 스포츠를 전쟁하듯…'日 쓰러트려라' 지시했을 것"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서 패한 뒤 심판에게 달려드는 북한 선수들의 모습. /AFPBBNews=뉴스1 |
북한 축구선수들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깡패축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시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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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목 밀치고 스탭에 주먹질…"김정은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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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일성 주석 통역관, 외교관 등으로 활동하다 1991년 망명한 고영환 한국관광대학교 겸임교수는 5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북한 축구선수들의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모두 김 위원장의 지시"라고 말했다.
북한 남자축구 선수들은 지난 1일 일본을 상대로 8강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북한 선수 김유성은 일본 선수를 진찰할 목적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온 스태프를 주먹으로 위협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북한 측 반칙으로 심판이 일본에 페널티킥(PK)을 부여하자 북한 선수들은 심판의 목을 밀치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일본이 PK를 성공시키면서 2대 1로 승리를 가져갔다.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북한 선수들은 그대로 심판에게 달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아시아 대회라는 국제무대에서 '적국' 일본과 맞서는 경우 강경한 태도로 상대를 쓰러트리라는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적어도 (선수들의 행동방침을) 결재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관계자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 유도선수 김철광은 한국 강헌철을 꺾고 8강에 올랐음에도 악수 요청을 뿌리치고 퇴장했다. 리유일 북한 여자축구팀 감독은 한국 취재진이 국제대회 관례에 따라 북한을 '북측'으로 지칭하는 것을 문제삼았다. 리 감독은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다. (제대로 부르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 이해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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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졌지만 잘싸웠다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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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김 위원장도 분명 남자축구 경기를 시청했고 대표팀 패배에 화를 냈을 것"이라며 "일본 선수들을 향한 북한 선수들의 행동을 보고 '북한의 영광을 위해 잘 싸웠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김 위원장의) 지시대로 해야 하느냐"는 아사히 질문에 고 교수는 "북한 대표단에는 조선노동당의 지시를 하달하는 당 간부와 선수, 코치를 감시하는 국가보위성 보위원이 동행한다"며 "이번 북한 대표단은 200명 규모이기 때문에 보위원은 5명 정도 파견됐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고 교수는 "기자라면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위원은 아마 기자로 신분을 위장했을 것"이라며 "선수나 코치가 당의 지시대로 행동하고 있는지, 일본이나 한국 관계자와 불필요한 대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나 코치가 지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보위원은 선수나 코치가 외출할 때 목적지를 보고하게 하고 단독 행동을 금지한다. 탈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북한 선수들의 행동을 통해 북한 내부의 불안을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민심이 떠나는 것을 두려워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분위기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국내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격렬한 대응을 지시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대외정책은 완전히 냉전시대로 돌아왔다고 본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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