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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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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28) 전쟁 중 제작된 영화 '성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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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 피하려던 주인공이 자진 입대하는 과정 담아…1952년 개봉

연합뉴스

영화 성불사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6·25 전쟁이 한창인 1952년에도 6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들 영화 가운데 1952년에 제작된 '성불사'는 국방부 장관의 우수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내용은 주인공인 상희가 중병을 앓는 것처럼 속이고 징병을 피해 성불사에 들어가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 스님은 상희에게 생사에 관한 섭리를 설법하고 그를 회개 시킨다.

이후 깨달음을 얻은 상희는 마음을 바꾸어 군에 자진 입대한다는 군사 계몽적인 작품이다.

윤봉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일영화사에서 제작했다. 이명제 감독이 16mm 필름으로 촬영했다.

배우 유상희, 이빈화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1952년 6월 29일 당시 피란 수도였던 부산 부민관에서 가장 먼저 개봉했다.

이 영화는 실제 무장 공비를 잡는 데 기여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때는 영화 개봉 1년 전인 1951년 7월로 부산 범어사 뒷산 계곡 암자에서 영화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며 촬영을 하는 영화 엑스트라를 보고 근처를 지나던 무장 공비가 자신들을 소탕하러 온 국군으로 착각을 하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이에 무장 공비는 이동을 멈추고 산속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야밤에 몰래 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저녁이 돼 촬영을 중단한 영화 스태프들이 전기도 없는 암자에서 곤히 잠이 들어 있을 때, 갑자기 외부에서 격한 총소리가 울렸다고 한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람이 쓰러지고, 쿵 하고 넘어지는 소리도 잇따라 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촬영 스태프들이 깜짝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있을 때 암자 문이 벌컥 열렸는데, 다행히 공비가 아닌 우리 국군이 모습을 나타냈다.

범어사에 국군 유골을 안치하러 왔던 군부대가 때마침 공비 침공 소식을 듣고 이들을 찾아 다니던 중, 기습을 위해 매복하던 공비들을 먼저 발견하고 소탕했다는 이야기다.

영화 성불사처럼 국내 영화인들은 전쟁으로 명맥이 끊길 상황에서도 창작의 열망을 불태우며 제작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3년간의 전쟁 기간 국내에서는 총 23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당시 제작된 영화로는 '아름다웠던 서울' '서부전선' '화랑도' '내가 넘은 38선' '정의의 진격' '진격 만리' 악야' '낙동강' '베일의 비밀' '총검은 살아있다' 영화의 길' '청춘' '애정산맥' '베일의 비밀' '삼천만의 꽃다발' '육군 포병학교' '태양의 거리' 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쟁 후반기인 1952년에는 수입 영화가 66편, 1953년에는 119편이 들어와 상영되며 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피란 수도인 부산으로 내려왔던 당시 영화인들은 현실적으로 제작비가 없고 기자재가 없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창작에 대한 열망을 이어갔다"면서 "절망의 시대에 피워낸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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