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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공공요금 안올려 한전 등 재무위기…태양광 등에 2조원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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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 감사…"원가주의 유명무실…부실사업에 예산낭비·비효율"

"부채 왜곡에 낙관적 재무전망 문제…발전용 LNG 수요 과소전망해 수급불안 야기"

위법·부당 행위자 21명 징계·문책…범죄 혐의자 18명 고발·수사 요청

연합뉴스

전기요금·전력량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전임 정부에서 요금 조정을 계속 유보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재무 위기를 유발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또 발전 공기업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다수 기관과 일부 중앙부처는 사업이나 투자를 부실하거나 무리하게 추진, 2조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예산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공공기관 25곳과 지도·감독 소관인 중앙부처 5곳 등 총 3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다.

이번 감사는 2021년 LH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활용 부동산 투기, 지난해 한국전력의 사상 최대 적자 등으로 공공기관 혁신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대상 기간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년간이다.

◇ "원가 연계 원칙 지켜 요금 올렸어야"…회계·재무관리도 지적

감사원은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원인을 '정부가 공공요금 조정 제도를 불합리하게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지목하며 "공공요금 조정을 계속 유보하고, 요금조정 제도 역시 허술해 요금 원가주의 원칙이 유명무실화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원가연계형 요금제'에 따라 그해 7월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하고자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국민 부담을 이유로 요금조정을 유보하라는 의견을 반복해서 제시했고, 이에 2021년 4분기에 전기요금이 1회 일부 인상됐던 것 말고는 지난해 1분기까지 조정되지 않았다. 가스요금 조정 과정도 유사했다.

특히 감사원은 2021년 12월 17일 열린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논란이 내부적으로 예상됐는데도 산업부가 애초 제시했던 전기요금 인상안을 수용하지 않고 기재부 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전기·가스요금 조정 제도가 구체 규정을 명시하지 않아 원가 변동 등 요금 조정 요인을 적기에 주기적으로 반영하기에 한계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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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공기관 재무관리도 지적됐다.

특히 감사원은 구분회계(사업 단위별로 재무제표를 구분·산출하는 회계)에서 공공요금 사업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고, 고유사업(공공요금 사업+자체사업)에 포함된 점을 문제라고 봤다.

공공요금 사업만 보면 금융부채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자체 사업과 함께 고유사업으로 묶여 있어 회계상 부채가 실제 공공요금 사업으로 인한 부채보다 적게 잡히거나 누락되는 일종의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공공기관들이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형식적으로 수립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한전은 '2022∼2026년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하며 자본잠식이 예상되자 올해 1월부터 전기요금이 최대치로 인상된다고 가정해 올해 흑자로 전환하고 부채비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 올해 1월 전기요금 인상 수준은 해당 가정치에 미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은 "실효성이 없게 됐다"고 감사원은 비판했다.

감사원은 공공요금 조정과 회계·재무 문제와 관련해 산업부와 기재부에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통보 및 주의 요구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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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사업 (CG)
[연합뉴스TV 제공]



◇ "부실·무리 사업으로 2조원 낭비 추산"…태양광·에너지 사업 등

감사원은 공공요금 문제와 함께 '부실하거나 무리한 사업·투자'를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부르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 예로 한국서부발전은 농지전용 허가가 어려운 부지에 적법절차 없이 출자금 예산 약 31억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해당 사업이 좌초되며 손실을 봤다.

산업부는 천연가스(LNG) 수급 계획을 수립하며 발전용 LNG 수요를 과소 전망해 수급 불안을 야기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원전 건설이 지연되는 등의 변동성으로 인해 LNG 수요가 매년 약 10% 더 발생하는데도 이를 과소 전망했고, 가스공사는 추가 수요분에 대해 수시 현물구매로만 대응하면서 국제 LNG 상승 국면에서 불안이 유발됐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다른 주요 국가들이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고 원전을 연장하거나 건설하는 정책으로 대응한 사례를 정리해서 소개하면서, 그와 달리 우리나라는 요금 동결과 탈원전 기조에 묶여 있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부실 사업·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비효율 규모가 2조원 상당일 것으로 추산했다.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방만 경영·도덕적 해이 행태들도 이번 감사에서 다수 확인됐다. 그중 한국철도공사의 승무 인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감사 보고서를 함께 내고 인력 효율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총 104건의 감사 결과를 도출하고 해당 기관들에 제도 보완 등을 요구했다. 위법·부당 행위자 21명은 징계·문책 등 조치, 범죄 혐의자 18명은 고발·수사 요청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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