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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320조 쏟았는데 한국 '세계 꼴찌'…이런 출산율 올리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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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갓 태어난 아기들이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고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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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꼴찌 수준인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육아휴직 급여 확대와 같이 일-육아 병행을 가능케 해주는 분야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후원하고 한국재정학회가 주최한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원 확대 전략 모색’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주로 지출되고 있는 육아휴직 급여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토론회는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을 반등시키지 못한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 현황을 점검,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정 이후 2006년부터 17년간 320조원의 정부 예산이 저출산 문제에 투입됐지만,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줄어 지난해 0.78명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김영미 저고위 부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최근 5년 동안 합계출산율은 급락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직접적인 양육에 대한 지원 예산은 그다지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 재원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재원을 확대한다면 어디에 돈을 쓸 것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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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홍석철 저고위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2015년 이후 저출산 관련 전체 예산은 3배가량 증가했지만, 청년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일·육아 병행 지원 관련 정책에 쓰인 예산은 정체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이 분석한 지난해 정부 저출산 예산 51조원 가운데 이 분야에 쓰인 돈은 1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일·육아 병행을 지원하는 정책에는 ▶육아휴직 급여 ▶출산육아기 고용안정 지원 ▶여성 경제활동 촉진 지원 사업 등이 해당된다.

반면, ▶주택구입전세 자금 융자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다자녀가구 건설임대 공급 등을 포함한 주거지원 예산으로는 23조4000억원이 투입돼 전체 예산의 45.9%를 차지했다. 홍 위원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정부가) 대출을 해주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지만, 예산 규모에 비해 실질적인 혜택은 매우 미비하다”며 “대출은 궁극적으로 상환되기 때문에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돌아가는 (대출 지원의) 실질적인 혜택은 시중 대출보다 좀 더 저리로 받는, 그 금리 차이 정도”라고 말했다.

출산율 제고에 보다 실효성이 높은 육아휴직 급여 확대 등에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홍 위원의 제안이다. 그는 “육아휴직 급여기간(18개월)으로만 보면 우리는 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지만, 육아휴직 급여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사용률은 최하위 수준”이라며 “육아휴직을 쓰면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기존 소득 대비 육아휴직급여로 받는 금액의 비율)은 44.6%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27개국 중 17번째였다. 일본 59.9%, 독일 65%, 오스트리아 71.2%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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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한국재정학회가 주최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후원한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원 확대 전략 모색'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남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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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일-육아 양립 지원 관련 예산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됐다. 육아휵직 급여뿐 아니라, 출산 전후(유산·사산)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단축 급여 등의 ‘모성보호 육아지원’ 예산은 대부분 고용보험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 기금은 지난해 3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예산을 확대하려면 다른 재원 기반 모색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19년 모성보호 급여 지출액의 30%를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일반회계로 충당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는 일·가정 양립 지원이 근로자의 경력 단절 예방, 고용안정 정책이라는 인식 하에 관련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조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사실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뿐 아니라 아동의 발달을 보장하는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고, 중요한 출산 장려책이기도 하기 때문에 고용보험기금 위주의 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연구센터장도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고용 불안에 대한 대응을 1차적 목표로 하기 때문에 모성보호 급여와 연관성이 약하다”며 “대상의 포괄성 측면에서도 기금 가입자와 대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OECD 국가들은 고용보험 외에도 여러 사회보험과 국가 재정으로 다양하게 (출산·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전 국민 기반의 건강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전체 세금 부담을 낮추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부모보험’이라 불리는 구상으로,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건강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거둬 재원을 마련해 자녀 양육 부담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저출산 극복을 위한 목적세 형식의 ‘사회보장세’ 도입, 저출산 사업 수행을 위한 별도 기금 설치 등이 재원 마련 대안으로 언급됐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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