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를 대상으로 12시간 넘게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발언은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5분’이 유일했다. 5G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국회는 5G 논란에 무관심했다.
이날 국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넘게 열렸다. 식사와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10시간 가까이 다양한 질의가 쏟아졌다. 과방위 국감은 첫 질의를 시작해 끝날 때까지 여야를 떠나 대부분이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에 집중됐다.
정부가 내년도 R&D 주요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어든 25조9000억원 편성한 것을 놓고 여당과 야당이 맞붙은 것이다. 야당은 ‘졸속 삭감’을 지적했고 여당은 연구현장의 이권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나눠먹기식 예산 문제를 해결했다고 반박하는 질의가 이어졌다.
◇ ‘5G 대국민 사기쇼’ 지적 등 소득 없는 질문만
정부의 R&D 예산 관련 질의가 계속되면서 국감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국민 생활에 직결된 5G 서비스, 가계 통신비 관련 질의는 오후 늦게 20분 정도 다뤄졌을 뿐 전체 질의 시간은 30분이 넘지 않았다. 이마저도 5G 휴대폰을 구입할 때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이 불가한 점,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과도한 점유율 개선 조치, 구글(유튜브)에 대한 망 사용료 문제 등이 제한적으로 다뤄졌다. 5G 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김 의원만이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답변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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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국감 시작 6시간이 지난 오후 4시 30분에 주어진 5분의 질의 시간을 활용해 5G 서비스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무책임한 5G 대국민 사기쇼에 대한 모든 피해가 국민들에 돌아갔다”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영민 전 과기정통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어 “2019년 5G 상용화 당시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5G 서비스가 불가능했는데 지난 정부는 세계 최초 타이틀에 눈이 멀어 준비도 안 된 5G 대국민 사기쇼를 펼쳤다”며 “2020년 말 정부 정책만 믿고 5G에 가입한 사람이 1000만명이 넘었는 데 이 정도면 5G 상용화를 미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향해 국민들과 행정 낭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허위 과장 광고에 속아 비싼 5G 요금제에 가입했고, 통신 3사는 부당 광고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두 번째로 큰 3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라며 “심지어 28㎓(기가헤르츠)는 사용하지 못해 주파수를 반납했는데, 무리한 5G 정책 추진으로 국민에게 준 피해와 행정 낭비는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된 지적에 이 장관은 “관련 내용은 감사원 조사가 진행 중으로, 감사 결과에 따라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답할 뿐 별도의 추가 발언은 없었다.
◇ 통신 3사 CEO 불참에 맹탕 국감 예상
국회 과방위의 통신 이슈 무관심은 국감 전부터 예상됐다. 국회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등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국감 증인·참고인 소환을 채택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과방위 국감’이라는 지적이 이전부터 나왔다.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종합감사에서 5G를 포함한 통신 관련 질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신 3사 CEO가 나와야 국회 과방위원들이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가계 통신비, 5G 이슈 등을 질의하는 데, CEO 증인·참고인 채택을 막기 위한 통신 3사의 국회 로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장은 “국민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 없이 비싼 요금만 받고 있는 5G에 대해 불만이 높은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침묵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5G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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