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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이집트 “팔레스타인 난민 자기 땅에 머물러야”…국경에 ‘시멘트 장벽’ 가자지구 주민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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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난민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 ‘라파 통로’ 막아

세계일보

라파 지역에서 국경이 열리길 기다리는 팔레스타인인들. AP=연합


이집트 정부가 가자지구 주민의 입국을 반대하며 국경인 ‘라파 통로’를 막았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위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지상군을 보내겠다고 선포하고 가자지구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내 대피하라고 알렸다.

팔레스타인 남서부에 위치하는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 지중해 해안을 따라 길이 약 50km, 폭 5~8km에 걸쳐 가늘고 길게 뻗은 총면적 약 362㎢에 이르는 지역이다.

가자지구에서 벗어나려면 인근 나라로 대피해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이집트다. 이집트로 이어지는 가자지구 남쪽의 국경 도시가 ‘라파’이고, 그 경계에는 철문 등이 버티고 있다. 즉, 이집트로 피신하려면 이 ‘라파 통로’라고 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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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도와 이집트 국경에 있는 라파 통로(빨간 동그라미). 나무위키 지도 캡처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주민에게 라파 통로와 연결되는 자국의 국경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가자지구와의 국경을 따라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임시 시멘트 장벽까지 설치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난민까지 대규모 유입되면 정치·안보·경제적 위험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난민들 사이에 끼어 이집트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가자지구 주민의 피난을 허용하면 원래 정착지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를 수립한다는 아랍권 전체의 구상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2일 “(팔레스타인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의료나 인도주의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집트의 지원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미 이집트에는 수단, 시리아, 예멘, 리비아 출신 난민 900만명을 수용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며 “팔레스타인의 대의(2개 국가 창설 구상)는 모든 아랍인의 대의이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땅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4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이집트 외교장관 사메 쇼크리 말을 인용해 ‘라파’ 통로가 열렸지만 공습으로 인해 ‘기능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라파 통로 개방은 가자지구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거나 이중국적자에 한해서만이다.

쇼크리 장관은 “이집트 측의 라파통로가 공식적으로 열렸다”며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이 라파 통로를 통과만 하면 이집트 정부가 귀국 항공편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에서 라파 통로를 통과하기 위해 모든 절차들을 계획대로 따르고, 적법한 서류들을 제출한 이들에게는 모든 시설을 제공할 것”이라며 “각국 대사관과 협력해 이들을 출발지점까지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이곳에도 폭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라파 통로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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