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안, '학습 즐기면 원하는 대학 진학' 메시지
교육개혁 핵심은 교사... 내년 획기적 연수 프로그램
대학별 전형 두고 대학과 유연하게 최적 방안 협의
심화수학 도입안은 사회적 논의로 정리하자는 취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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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이달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선택과목 폐지와 고교 내신 5등급 절대·상대평가 병행을 골자로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두고 교육계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불공정 시비를 부른 수능 제도 손질, 과도한 내신경쟁 완화라는 취지는 공감을 얻고 있지만, 내신 변별력 약화로 인한 부작용과 고교학점제 파행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정'에 방점을 찍고 대입 제도를 손본 터라 미래형 교육을 위한 개혁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들에 대해 "사교육업계의 불안 마케팅용 논리"라며 강하게 일축했다. 이 부총리는 "대입 제도 개편의 핵심은 교사들의 평가 역량 강화이며, 수업과 평가가 통합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에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을 '징검다리'로 규정한 그는 "학교의 평가 역량이 갖춰진다면 훨씬 더 이상적이고 과격한 방안을 시도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대입 제도 개편안을 추가 발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개편안이 학생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오로지 학습을 즐기고 열심히 한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에서는 원점수는 똑같이 100점인데 어려운 선택과목을 택하면 표준점수가 훨씬 더 높은 불공정 문제를 없앴다. '콩나물 교실' 시절의 평가 방식인 내신 9등급제를 5등급으로 완화해 경쟁 압력을 대폭 완화했다."
-'공정'과 '안정'을 강조한 데에 공감이 있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내신 개편안은 변별력 약화로 자사고·특목고 진학 경쟁을 심화하고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한 톤으로 얘기하자면 그런 문제 제기는 사교육(시장)의 '불안 마케팅'용 논리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 내신 1등급 범위가 상위 10%로 확대된다고 해도, 고교 3년간 듣는 50개 이상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기는 쉽지 않다. (내신 5등급제를 시행하는) 해외 사례를 봐도 그렇다. 그런 우려는 '학원에 오라'는 얘기일 뿐 냉철한 평가가 아니다."
-수능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 도입안이 공통과목 출제 취지에 역행한다는 시각도 있다. 수학·과학 선택과목 배제가 정부의 이공계 인재 양성 기조와 맞아떨어지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고교 수준에서는 미적분Ⅱ까지 안 배운다. 우리나라가 수학을 너무 어렵게 가르친다. 그래서 원래는 '이건(심화수학) 수능에서 빼자, 많은 학생들이 압박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대학 다수 의견도 "심화수학은 없어도 된다"였다. 다만 존중해야 할 소수의견이 있었다. 수학에 관심 있는 우수한 학생은 고교학점제에서 선택과목으로 충분히 공부한 뒤 이를 입시에서 인정받게 하자는 것이었다. 교육부도 좀 부담스러웠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리하자는 생각에서 대안으로 제안했다."
-전 학년 내신 상대평가(절대평가 병기)인 새 대입 제도가 고교학점제와 어울리지 않아 자칫 학교 수업이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데.
"기존 고교 내신 개편안은 부작용 우려가 컸다.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은 절대평가로 하자는 것인데, 변별력 있는 1학년 과목에서 승부를 보게 하는 구조라 교육과정에 파행이 예상됐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한편, 수강생이 적어 1등급이 나올 수 없는 소인수(학생 13명 미만) 과목에 대한 불공정도 이번에 해소한 만큼 고교학점제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과목 선택형 제도인데, 수능은 통합형으로 발표됐다. 교육과정 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 인재는 'T자형'이다. 광범위하게 여러 과목의 이해를 넓히는 동시에 특정 분야는 심도 있게 파고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수능 과목 공부로 융합적·통합적 사고력을 키우고, 고교학점제에서 심화한 선택과목을 들으며 전문성을 키우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상충이 아니라 보완이다."
이주호(가운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민 교육부 대변인, 오른쪽은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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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된 대입 제도가 소기의 성과를 내려면 대학 전형 방식이 그에 부합해야 할 것 같다. 대학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인가.
"이번 개편 시안은 정부의 기본 원칙 제시다. 내년부터는 대학의 시간이다. 새 입시 체계를 개별 대학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대학과 함께 호흡하며 최적의 방안을 찾아갈 것이다. 내년부터 대입전형운영협의회를 가동할 예정이다."
-주요 대학 정시 40%선은 유지한다고 했다. 학교 수업 정상화를 위해 수능 위주 전형에도 내신 및 학생부를 반영하는 게 맞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도 이미 허용해주고 있다. 연말에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개편안이 최종 확정되면 대학과 전형 방식을 협의하면서 교육부도 충분히 유연한 입장을 낼 것이다."
-수능 영향력이 여전할 거라는 전망이라, 수능 연계 선택과목으로 쏠려 고교학점제가 약화하거나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정시에 '올인'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수능 중심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관건은 학교 공교육의 체질 개선이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과목 평가 신뢰도가 높아지면 대학이 공통과목 수능보다 내신 평가를 더 보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교사가 선택과목 수업을 엉망으로 하고 (절대평가를 핑계로) 내신 점수를 모조리 'A'를 준다면 우려하는 대로 수능 대비 수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입시제도를 고치는 것보다 교실의 변화가 훨씬 중요한 이유다. 교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입시안도 부작용만 나타난다. 이번 개편의 방점은 교사들의 평가 역량을 길러 교실을 바꾸는 데 있다."
-교사 평가 역량 집중 강화 대책은.
"내년에 최대 규모로 교수 연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8주나 12주 과정으로 많은 교사를 대거 연수시킨다는 계획 아래 예산 부분을 협의하고 있다. 입시만으로 교육개혁이 된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입시안은) 시작의 의미다.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로 승부를 보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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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신입생 30% 무전공 선발' 방안을 거론했는데, 어떻게 추진하는지.
"30% 이상 달성한 대학에는 '혁신지원금'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체제를 구축하려고 대학들과 협의하고 있다. 학생에게 진정한 전공 선택을 보장하고, 대학들은 학생들이 원한다면 교과목도 개설하고 수강생도 늘리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온라인 강의 등 학교 시스템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고, 선진국 초일류 대학들은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입 개편안을 한번 더 내놓을 수 있나.
"(4년 예고제에 따라) 2026년에 '2031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제안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관건은) 학교 현장의 변화 속도다. 우리가 제안하는 대로 내신 논·서술형 평가를 늘리고 신뢰도 높은 절대평가 역량을 갖출 만큼 학교의 체력이 튼튼해진다면 이번보다 훨씬 더 이상적이고 좀 더 과격한 방안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번은 '징검다리'라 볼 수 있다. 학교 현장이 이번 개편안 정착도 쉽지 않을 만큼 변화가 더디다면 새로운 시안을 낼 수는 없을 것 같다."
-장관 취임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시한 정책보고서에 수능 개선안으로 절대평가 확대, 자격고사화 등을 제시했다. 향후 개편안 논의 때 이런 지론이 반영될 여지가 있나.
"그때는 학자로서 이상적인 방안을 얘기한 거다. 이번 시안을 만들 때는 내가 주장했던 걸 다 버리고 철저히 현실에 입각해 '베스트 솔루션'(최적의 해법)을 찾아낸 거다. 2, 3년 뒤 보다 근본적인 개혁안을 설계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듯하다."
인터뷰=이훈성 사회정책부장
정리=손현성·홍인택 기자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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