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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BOK포커스]집값 더 오르면 한은도 난감…가계부채 배수진 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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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가계부채 더 늘면 금리로 대응"

국감서 부동산·가계부채 두고 한은 책임론

추후 집값 올라 가계부채 늘면 한은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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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가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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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달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 가지고 정책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너무 빠른 것 같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과 정부의 정책 엇박자로 집값이 반등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동결과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등으로 최근 가계부채 불안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정부가 다시 '규제 조이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집값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전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선 최근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논의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 총재의 관련 발언을 종합하면 하반기 이후에는 집값이 안정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도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제 이 총재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여러 차례 "몇 달만 더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그는 한은이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시기를 놓쳤다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지금 판단하기보다는 10월, 11월 (가계부채) 흐름을 봐야 한다"고 했고, 정태호 민주당 의원의 비슷한 질문에도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정도 줄어들다가 한 2개월 정도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걸 보고 완전히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주택가격 전망을 명시적으로 이야기하긴 힘들다'고 말하긴 했지만,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이어 전날 국감에서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족'을 향해 경고장을 날린 만큼 서울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상황과 집값 흐름은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입장에서도 부동산 가격 반등세가 이어지고 매매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이후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 완화와 올 초 특례보금자리론 도입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거시경제를 관리하는 한은도 책임이 크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국감에서도 다수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한은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나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확실하게 강조해왔는데 한은은 정부와의 조율 때문인지 소극적이었다"며 "그 결과가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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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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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총재는 전날 앞으로 가계대출이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인상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는데, 실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디레버리징을 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한은이 금리인상을 여섯차례나 미루면서 실기했는데, 가계부채가 이렇게 폭등한 상황에서 이제 와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국민들은 부채 지옥에서 부채 불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나 학계에서도 한은의 책임론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한은은 올해 1월 이후 7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만큼 일단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추후 물가나 가계부채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입장이지만, 흔치 않은 디레버리징 기회를 놓쳤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 20일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가 연 포럼에서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려야 할 시기에 한은이 재정당국의 눈치를 많이 보면서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를 통화정책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긴 했으나, 실제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까지 높일 경우 민간소비 등이 침체하면서 회복세를 더욱 더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통화정책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가계부채가 얼마만큼 늘어야 금리인상을 검토할지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 총재는 가계부채 둔화를 위해 정부에 규제 강화를 건의하고 있다며 가급적 미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해당하는 차주의 비중이 작다"며 DSR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주택금융공사에 대한 한은의 추가 출자에 대해서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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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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