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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수돗물 유충 사태

[단독]대구·경북 수돗물서 기준치 초과 발암물질···낙동강 ‘먹는물 위협’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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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승규 교수, 대구·고령 측정 결과

낙동강 취수 정수장 공급한 수돗물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기준치 넘어

인근 댐·하천서 공급받은 물은 낮아

경향신문

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ㆍ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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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와 경북 고령군에 공급하는 수돗물 일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 오염으로 먹는 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맹승규 세종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ㆍ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변화와 취수원에 따른 안전한 수돗물 공급방안 : 소독부산물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맹 교수는 대구와 고령군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THMs) 농도를 측정힌 결과 기준치를 최대 1.7배까지 넘어섰다고 밝혔다. 맹 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지난 8~9월 해당 지역의 상가, 마을회관, 학교, 공원 등에서 수돗물을 채취했다. 맹 교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나친 공포심을 가질 것을 우려해 구체적 측정지점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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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ㆍ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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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합해서 부르는 말로 수돗물을 소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독 부산물’이자 발암물질이다. 정수장 물을 수도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돗물 안전을 위해서는 염소 소독이 필수이기에 수돗물에 상존할 수밖에 없는 물질이기도 하다. 염소가 물속 유기물질, 즉 오염물질과 만나면 총트리할로메탄 같은 부산물이 발생한다.

맹 교수에 따르면 대구광역시의 경우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정수장 두 곳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8개 지점 중 4개 지점에서 총트리할로메탄 기준치(0.1㎎/ℓ)를 넘어선 0.105~0.129㎎/ℓ 농도가 나타났다. 기준치를 넘지 않은 4개 지점의 농도도 0.076~0.087㎎/ℓ를 기록했다. 인근 가창댐, 운문댐 등에서 취수한 정수장 두 곳에서 물을 공급받은 10개 지점은 농도가 기준치의 절반 정도인 0.045~0.056㎎/ℓ였다. 고령군에서는 낙동강에서 취수하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은 8개 지점 모두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0.106~0.17㎎/ℓ 이 기록됐다.

연구진은 대구와 고령군은 같은 지역 내에서도 수돗물 취수원이 낙동강과 인근의 댐, 하천으로 나뉘기 때문에 취수 지점의 수질에 따른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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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승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ㆍ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수돗물의 총트리할로메탄 농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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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를 넘어선 지역은 모두 낙동강에서 취수한 물을 정수해 공급받는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4대강사업 직후부터 오염된 낙동강 물을 식수 수준으로 정수처리하려다보니 지나치게 많은 소독물질이 투입되면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독부산물이 수돗물에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맹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시민들의 식수 안전을 위해 취수원을 옮기거나 강변여과 취수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낮추는 방법은 강물을 깨끗하게 해서 염소 소독을 줄이는 것이지만 이는 단시간에 할 수 없다. 가장 쉽게 고를 수 있는 대안은 취수원을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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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물환경학회ㆍ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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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도 취수원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6월 대구·경북 지역에 새로운 취수원을 연결하는 내용의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정부 사업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내년까지 이 사업의 기본 및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2028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날 포럼의 좌장으로 나선 최승일 고려대 명예교수는 “(총트리할로메탄이) 정수장에서는 수질 기준을 맞춰도 (수도)관을 통해 가면서 염소와 반응해 농도가 초과할 수 있고, 기온이 높아질수록 반응 속도가 빨라져서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현재는 수도꼭지 검사를 분기마다 한번 하는데 기온이 높은 시기에 조사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도 고민해 달라”고 환경부에 주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여솔 환경부 사무관은 “최 교수가 이야기한 내용은 환경부에 가서 검토해 보겠고, 맹 교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확인을 하겠다”면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이런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맹 교수가 얘기한 원수 관리 차원에서의 접근법도 환경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총트리할로메탄(THMs·total trihalomethane)이란?
총트리할로메탄은 클로로포름, 브로모디클로로메탄, 디브로모클로로메탄, 브로모포름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말로, 정수 과정에서 염소와 물속 유기물이 만나 생성된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특히 방광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연구진은 유럽에서 발병한 방광암의 5%가 이 물질 탓이라는 연구결과를 2020년 1월 국제학술지 ‘환경보건전망’에 발표했다.
총트리할로메탄은 휘발성이 있어 코나 피부로도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 경북대 연구진은 1998년 이 물질에 노출되는 농도가 물을 마실 때보다 목욕 때 더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할수록 수돗물 내 총트리할로메탄의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9년 7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에 실린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의 ‘식수처리에 있어 기후변화가 트리할로메탄 형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평균기온의 상승은 총트리할로메탄 농도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평균기온이 1.8도 상승할 경우 이 물질의 농도는 3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1989년 연세대 공해대책위원회가 광주 대전, 제주 등 14개 시의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트리할로메탄의 위험성이 처음 알려졌다. 2019년에는 인천 적수 사태로 인한 수질 검사 과정에서 3개 학교에서 이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넘었다.
국내의 먹는물 수질기준(0.1㎎/ℓ)은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은 0.08㎎, 독일은 0.05㎎, 네덜란드는 0.025㎎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보다 기준치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나라들은 그만큼 수돗물 원수가 깨끗해서 염소 소독을 덜 해도 되거나 네덜란드처럼 아예 염소 소독을 포함하지 않고 정수처리를 하는 경우 등이다.
미국의 경우 과거에는 한국과 기준치가 같았으나 임신부 대상 실험에서 현행 국내 기준보다 낮은 리터당 0.075㎎의 총트리할로메탄이 포함된 수돗물을 하루 5잔 이상 마신 그룹에서 유산율이 이보다 적은 양을 마신 그룹보다 2배가량 높게 나타나면서 기준치를 강화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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