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서울시청서 추모대회
“언니가 1년 만에 보러 와서 미안해, 또 우리 만나서 같이 춤추자.”☞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2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송한빈(29)씨와 송예빈(26)씨가 꽃다발을 놨다. 두 사람은 1년 전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최수빈(22)씨의 대학 친구들이다. 무용학도인 최씨는 졸업공연을 불과 3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고인과 함께 졸업공연을 준비했다는 한빈씨는 “시청역 분향소는 가봤지만 참사 현장은 처음 온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왔다”며 “현장이 너무 좁고, 차갑고, 밤에는 얼마나 더 추웠을까. 고통 속에서 점점 의식이 흐릿해져 갔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꽃집 사장님께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해서 조화를 가져왔는데 고인이 좋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는 이날, 참사가 벌어진 현장엔 그날의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 초입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조화와 술병, 간식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도 눈에 띄었다. 한 추모객은 “그때는 탕후루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네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만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계속 지켜보고 행동하겠다”는 내용의 추모글을 벽면에 남기기도 했다.
“그때는 탕후루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네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만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윤 대통령이 추모대회가 정치적이라며 오지 않는다고 한 뒤 박정희 추도식엔 갔다. 국가는 여전히 참사를 마주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추모에 동참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강소영(42)씨는 “제 아이가 세월호 사태가 벌어졌던 해에 태어나 올해 10살이 됐다. 아이에게 이 사건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서 오게 됐다”며 “아이가 왜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는지 물어보는데, 나라와 사회 시스템이 책임졌어야 할 일인데 그런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신현애(42)씨는 “아이들에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애도해야 하고, 다시 같은 일이 안 일어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일부 유족들은 슬픔에 겨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한 유족은 “1년 동안 뭘 했느냐”며 “이럴 순 없다”고 절규했다.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도로에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주관으로 4대 종교 기도회가 열렸다. 2차로를 가득 메운 유가족들과 종교인들은 고인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한목소리로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족들은 울먹이며 “이태원 특별법 제정하라”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도 울려 퍼졌다.
기도회를 마치고 참사 현장에 헌화한 뒤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한 유족들과 시민들은 오후 5시부터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200m 넘게 이어졌다. 추모대회에는 주최쪽 추산 1만7000여명이 참여했다. 인천에서 온 이연주(28)씨는 “윤 대통령이 추모대회가 정치적이라며 오지 않는다고 한 뒤 박정희 추도식엔 갔다. 국가는 여전히 참사를 마주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병민·김예지 최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행사’라는 이유로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추도예배 참석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추모대회에서 개회사에서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며 “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대통령에게)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
고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 고 안민형씨의 누나 안하경씨 등 유족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는 객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 유족 등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해 댓글창을 닫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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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길’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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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송한빈(29)씨와 송예빈(26)씨가 꽃다발을 놨다. 두 사람은 1년 전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고 최수빈(22)씨의 대학 친구들이다. 무용학도인 최씨는 졸업공연을 불과 3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고인과 함께 졸업공연을 준비했다는 한빈씨는 “시청역 분향소는 가봤지만 참사 현장은 처음 온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왔다”며 “현장이 너무 좁고, 차갑고, 밤에는 얼마나 더 추웠을까. 고통 속에서 점점 의식이 흐릿해져 갔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꽃집 사장님께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해서 조화를 가져왔는데 고인이 좋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는 이날, 참사가 벌어진 현장엔 그날의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 초입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조화와 술병, 간식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탕후루도 눈에 띄었다. 한 추모객은 “그때는 탕후루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네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만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계속 지켜보고 행동하겠다”는 내용의 추모글을 벽면에 남기기도 했다.
“그때는 탕후루가 없었는데 지금은 있네요.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만 바뀐 게 아무것도 없다”“윤 대통령이 추모대회가 정치적이라며 오지 않는다고 한 뒤 박정희 추도식엔 갔다. 국가는 여전히 참사를 마주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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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추모에 동참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강소영(42)씨는 “제 아이가 세월호 사태가 벌어졌던 해에 태어나 올해 10살이 됐다. 아이에게 이 사건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서 오게 됐다”며 “아이가 왜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는지 물어보는데, 나라와 사회 시스템이 책임졌어야 할 일인데 그런 것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두 자녀를 데리고 온 신현애(42)씨는 “아이들에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애도해야 하고, 다시 같은 일이 안 일어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참사 현장에서 일부 유족들은 슬픔에 겨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한 유족은 “1년 동안 뭘 했느냐”며 “이럴 순 없다”고 절규했다.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근 도로에선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주관으로 4대 종교 기도회가 열렸다. 2차로를 가득 메운 유가족들과 종교인들은 고인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한목소리로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점퍼를 입은 유족들은 울먹이며 “이태원 특별법 제정하라”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도 울려 퍼졌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여는 말을 듣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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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를 마치고 참사 현장에 헌화한 뒤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에 도착한 유족들과 시민들은 오후 5시부터 참사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인근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200m 넘게 이어졌다. 추모대회에는 주최쪽 추산 1만7000여명이 참여했다. 인천에서 온 이연주(28)씨는 “윤 대통령이 추모대회가 정치적이라며 오지 않는다고 한 뒤 박정희 추도식엔 갔다. 국가는 여전히 참사를 마주하고 책임질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날 추모대회에 대거 참석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이 참석하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등 다른 야당 대표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김병민·김예지 최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하는 ‘정치행사’라는 이유로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 추도예배 참석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추모대회에서 개회사에서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며 “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닌지 (대통령에게)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단 한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다. 단지 우리는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
추도사를 한 야당 대표들은 여권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가는 참사 때도, 지금도 희생자와 유족들 곁에 없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 마음과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오송 참사와, 해병대원 사망이라는 또다른 비극을 낳았다”고 말했고,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야당이 주도하는 행사라서 불참했다면, 여당이 주도하면 되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이야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고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 고 안민형씨의 누나 안하경씨 등 유족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는 객석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기도회를 마친 뒤 추모제가 열릴 서울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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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 등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해 댓글창을 닫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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