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고령 산모도 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13~2022년 분만 현황’을 보면 2013년 대비 2022년 20~30대 산모 수는 줄었으나 40대 산모는 약 43%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는 고령 산모를 포함한 고위험 산모 대상 의료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전체 분만 건수 가운데 고위험 분만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다. 입소문을 타며 산모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의 분만 건수는 2019년 개원 이후 4년여 만에 2000건을 넘어섰다. 출산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
고위험 임신 전문가인 박미혜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산전 검사부터 분만, 산후 관리까지 획일적인 방식이 아닌 산모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지미연 객원기자 |
VIP실을 리모델링한 모아센터 84병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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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모니터링으로 응급상황 대비
일반적으로 고위험 산모는 나이가 만 35세 이상이거나 다태아를 가진 경우, 심장·신장 질환처럼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과 질환을 동반한 경우 등을 가리킨다. 고위험 산모는 일반 산모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 조산과 유산, 전치태반, 임신성 당뇨 등이다.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에서는 박미혜(산부인과 교수) 센터장과 이경아 산부인과 교수 등 고위험 임신 전문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임신과 출산 전 과정을 돕는다. 중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상시로 산모와 아이의 상태를 관찰하며 응급 상황에도 대비한다.
고위험 산모인 경우 기형아 출산에 대한 우려가 특히 높다. 이 병원에서는 소아영상의학과와 협업해 보다 정밀하게 산전에 태아의 구조적 이상을 관찰한다. 문제가 확인되면 신생아를 치료할 분야의 교수들과 분만 후 수술 방법, 예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소아흉부외과가 대표적이다. 박 센터장은 “선천성 심장 이상이 신생아에게 가장 흔한 기형이기 때문”이라면서 “산전에 교수들이 치료 계획을 세우고 태어나자마자 치료에 돌입해 더 나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모들도 불안감을 해소하고 임신을 유지할 수 있다.
여느 때보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높은 임신과 출산 시기. 산모와 가족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다. 이대서울병원 모아센터에는 산모들을 위한 병실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그중 하나가 기존 VIP 병동을 개조한 84병동이다. 이곳은 타 병동과 분리돼 있고 전담 의료진, 산모와 보호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덕분에 신생아 감염이나 신생아 유괴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VIP급 시설이지만 일반 병동 1인실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산모들이 원한다면 모아동실(산모와 신생아가 같은 병실에서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진통이 시작될 때부터 분만, 회복 시점까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가족 분만실도 인기다. 진통 후 분만실로 따로 이동할 필요 없이 한 장소에서 모든 과정이 이뤄지고 온 가족이 분만 과정에 동참해 산모의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코로나19·결핵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산모를 위해 분만실에 음압기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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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 출혈 위험 산모도 자연분만
체계적인 시스템에 의료진의 전문성이 더해져 모아센터에서는 고위험 산모들의 성공적인 출산 사례가 잇따른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무피브리노겐혈증을 앓는 산모가 출산에 성공했다. 무피브리노겐혈증은 혈액응고 인자인 섬유소원이 선천적으로 부족하거나 없는 혈액 질환으로 인구 100만 명 중 1~2명이 앓는다고 알려졌다. 출산 시 과다 출혈 우려가 있는 희귀질환이나 산모는 자연분만으로 문제없이 아들을 낳았다. 박 센터장은 “산모 배 속에 있던 쌍둥이 중 한 아이에게 심한 부정맥이 있었던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의료진은 산모에게 부정맥 치료제를 투여, 태반을 통해 부정맥을 가진 아이에게 치료제가 전달되도록 했다. 그 결과 임신 36주에 두 아이 모두 건강한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이 밖에 태아의 머리가 아닌 엉덩이 쪽부터 먼저 나오는 둔위분만이라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절개 부위에 10㎝ 넘는 크기의 근종이 있던 산모 등도 별 탈 없이 아이를 낳았다.
아울러 박 센터장은 고령 임신부와 그 가족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그는 “단지 고령 산모라는 사실만으로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임신 전후 운동을 통해 몸 관리만 잘해도 합병증 우려를 덜고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모 못지않게 배우자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임산부를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고 신생아 감염 예방을 위해 백일해 예방접종을 하는 등 필요한 관리도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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