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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홍대 몰렸지만 사고 없었다… “우측통행 평소에도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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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달랐던 ‘핼러윈 주말’

조선일보

홍대 거리, 질서 있는 ‘축제’ - 27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서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홍대 일대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도로·골목 곳곳에 펜스를 설치해 행인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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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31일)을 앞둔 지난 27~28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는 옆 사람과의 간격이 20㎝도 안 될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인도에 사람이 많아 일부는 차도로 걸어가기도 했다. 서울시와 인구데이터업체 ‘화이트스캔’에 따르면, 주말 이틀간 홍대의 유동 인구는 9만명 안팎이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없었다. 경찰이 도로·골목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사람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친구 3명과 함께 홍대를 찾은 오민영(33)씨는 “사람이 많았지만 경찰도 많고, 구급차도 있어서 질서 유지가 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작년처럼 큰일이 날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했다.

경찰과 지자체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홍대 전역을 전반적으로 통제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주요 도로뿐 아니라 클럽이 있는 골목까지 펜스를 쳐놓고 인파를 관리했다. 28일 클럽 골목 일대에는 경찰이 인도·차도 사이에 펜스를 설치해 사람들이 차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았다. 클럽 입장 대기 줄 때문에 인도가 좁아져 병목 현상이 발생하자 경찰이 경광봉을 들고 행인들의 우측통행을 유도하기도 했다.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 횡단보도에서는 경찰관 2명이 안전 보행을 지도했다.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보행자들은 앞뒤 간격 50㎝ 정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경찰은 이날 홍대 중심가에 차도로 내려오는 사람을 통제하기 위한 펜스를 쳤다. 일부 펜스가 모자라는 부분은 경찰과 구청 직원, 소방대원 60여 명이 ‘인의 장막’을 치고 사람들이 차도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았다.

다만, 경찰 통제가 없었던 골목길은 일부 무질서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대구에서 홍대에 온 곽모(27)씨는 “밤 10시부터 와 있었는데, 자정이 되니 훨씬 사람이 많아졌다”며 “클럽 골목은 대기 줄 때문에 질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길 가운데는 약 1m 높이의 안전 펜스가 쳐졌다. 골목에는 경찰관과 소방관, 안전요원들이 배치돼 순찰을 했다. 이들은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등 인파를 통제했다. 작년 핼러윈 참사가 일어났던 해밀톤 호텔 옆 골목길에서도 우측통행이 이뤄졌다.

경찰은 이날 이태원로 4개 차로 중 2개를 통제해 긴급 차량용 도로와 사람들의 통행로로 활용했다. 작년 핼러윈 참사 당시 이태원역 근처는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구급차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경찰의 이번 조치로 불법 주정차 차량도 모두 사라졌다. 핼러윈을 맞아 28일 이태원을 찾은 인파는 작년보다 4만명가량 줄어든 1만4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조선일보

인파 사고 대비 18억짜리 소방차 배치 - 핼러윈을 앞둔 지난 27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도로에 소방차가 출동해 있다. ‘로젠바우어 판터’로 불리는 이 소방차는 대형 재난·재해 대비용으로, 18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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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일대와 건대입구, 성수동 일대는 작년 핼러윈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작년 핼러윈 참사 당시 4만7800명이 강남역 일대를 찾았는데, 올해는 4200여 명이 늘어난 5만2000명이 이 지역을 방문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왔다는 이모(24)씨는 “핼러윈 때 이태원에 자주 가곤 했는데 올해는 이태원에 가지 말자고 했다”며 “핼러윈 분장한 사람들이 꽤 많이 보여서 놀랐다”고 했다. 강남역에도 경찰은 일부 있었지만 우측통행 등 인파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대에선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건대 입구는 작년보다 5000여 명 늘어난 3만명, 성수동은 1만여 명 늘어난 1만8000여 명이 찾았다.

전문가들은 이번엔 경찰·지자체의 통제로 안전사고가 없었지만, 시민들 스스로 기초 질서를 지켜야 장기적 안전이 보장된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경찰과 지자체가 나서서 벌칙을 적용하기 전 시민들이 우측통행 등 기초 질서를 알아서 지킬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해답”이라며 “시민들이 우측통행 등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수도권은 과밀 위험에 언제나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모든 지역을 항상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들이 우측통행 등 기초 질서 준수를 생활화해야 핼러윈 참사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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