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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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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나침반]여론조사마다 달라지는 여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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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면접조사 vs ARS 방식

여론조사 방식 따라 결과 큰 차이

ARS 방식 정치·선거 활용 금지 선언

편집자주여론조사는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풍향계다. 대통령의 국정운영부터 각 당의 정강·정책, 정치·사회적 쟁점까지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선거를 통해 '권력 지도'가 바뀌는 정치권이 여론조사 지표를 놓고 울고, 웃는 이유다. [총선나침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매주 쏟아지는 여론조사 데이터를 토대로 여론의 흐름을 살펴보고, 숫자에 담긴 숨겨진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연재물이다.
최근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들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선거 여론조사에서 자동응답방식(ARS)의 여론조사를 폐지하고, 조사원이 하는 전화 면접 조사만 벌이기로 결정하면서다. 실제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10월 4주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너지경제 의뢰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 대상)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0%, 국민의힘은 35.8%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27일 발표된 갤럽의 자체 10월 4주차 정례 여론조사(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 대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32%, 국민의힘은 35%로 조사됐다. 비슷한 기간에 이뤄진 조사지만, 정당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였다. 갤럽의 경우 국민의힘이 민주당 3%포인트 앞서지만, 리얼미터의 경우에는 도리어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12.2%포인트 앞선다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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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조사의 가장 큰 차이는 조사 방법이다. 갤럽의 경우 조사인이 직접 전화로 묻는 면접 방식인 반면, 리얼미터는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양당이 비슷하거나 국민의힘이 우세하지만, ARS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

한 여론조사 업체 전문가는 "과거에는 보수당이 ARS조사에서 높게 나왔는데, 이제는 민주당이 높게 나오고 있다"면서 "무당층 비율에서 차이가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리얼미터의 조사의 경우 무당층 비율은 10%대지만, 갤럽 여론조사의 경우 무당층 비율은 20~30%대 수준이다.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 3명 가운데 1명이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변한 반면, 다른 조사에선 10명 가운데 1명 가량만 지지 정당이 없는 셈이다.

그동안 ARS조사 방식을 고수하던 측은 응답자의 솔직한 답변을 장점을 꼽았다. 실제 리얼미터는 "번호를 직접 누르는 ARS조사의 비밀투표 방식은 응답자가 주변 사람을 의식해 자신의 솔직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진솔한 응답을 내보일 수 있도록 보장할 수 있고, 조사자의 주관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신속한 조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보수성향을 숨기는 '샤이 보수'나 '샤이 진보' 등 숨은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면접조사와 비교해 ARS조사에서 무당층이 비율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선거가 임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응답자 10명 가운데 8~9명이 지지 정당이 있다는 것이 과연 현실에 부합하는지 주변에 확인해보라"면서 "여론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ARS 조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낮은 응답률이다. 예를 들면, 1000명에게 전화해 끝까지 통화가 이뤄진 응답자가 100명일 경우 응답률은 10%인데, ARS 응답 도중 끊거나 아예 받지 않을 경우 응답률이 떨어지면서 실제 여론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RS조사방식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고관여층'의 여론이 과대 대표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일정 응답률 이하의 여론조사는 공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조사 비용이 많고, 전화 면접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높은 응답률로 인해 과학적인 조사방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사자가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인 만큼 응답자가 통화를 쉽게 끊지않아 대표성이 높기 때문이다. 녹음된 목소리에 따라 진행되는 ARS 조사는 응답자가 중간에 전화를 끊는 일이 많다.

이 때문에 전화 면접조사가 ARS 조사보다 응답률이 높다. 또 전화 면접조사의 경우 통화가 실패하면 여러 차례 통화를 재시도해, 응답률을 높이는 방법도 이용한다. 응답 대상이 자신의 정체를 속이거나 왜곡할 확률이 낮다는 점도 전화 면접조사의 장점이다. ARS 조사의 경우 60대 남성이 20대 여성이라고 답변해도 이를 제재할 수 없다.

앞서 국내 주요 여론조사 업체 34곳이 소속된 한국조사협회(KORA)는 정치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해 앞으로 ARS 조사 방식을 쓰지 않겠다는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기준’을 제정 발표했다. KORA는 2014년 유사한 형태의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일부 회원사들의 경우 ARS 조사를 진행하며 실효성이 없었는데, 이번에 ‘기준’을 제정·공개한 것이다.

김춘석 KORA 대변인은 "그동안은 결의안을 따르지 않아도 (ARS 조사를 쓰는 회원사를) 제척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제척하는 등 기준을 세웠다"며 "(기준에 따라) 일반 대중에 공개되는 여론조사는 물론, 후보자 등이 요청하는 비공개 여론조사까지 ARS 조사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KORA는 또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소수점 미만의 여론조사는 공표하지 않기로 하고, 응답률을 10%(RDD 방식의 경우 7%) 이상만 발표하기로 했다. 부재중이나 통화 중 전화의 경우 3회 이상 재접촉을 시도하도록 했다. 김 대변인은 "여론조사는 전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데 (ARS 조사 방식은) 정치 고관여층에 대표됐다면 전 국민을 대표한 게 아니다"라면서 "언론에서 공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RS 조사를 활용하는 측은 입장이 다르다. 여론조사업체 대표를 지낸 박시영 컨설턴트의 경우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서 "(이 논쟁은) 무의미한 논쟁"이라며 "전화 면접조사나 ARS 조사나 안심번호로 하면 표집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접점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시 조사 대상의 신상은 감춘 채 연령과 지역, 성별이 제공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심번호를 이용할 경우 표집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정치적 이유가 ARS 조사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박 컨설턴트는 "ARS 조사에서 민주당이 앞서는 조사가 많은데 이런 조사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 자리에서 "ARS 조사의 등장으로 전화 면접조사 시장이 위축됐다"며 "정치적 의도보다는 시장 논리가 크다"고 주장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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