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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마약 같은 음주운전 '재범률 40%대'…시동도 못 걸게 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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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안전이 생명이다 ⑤] 끊지 못하는 음주운전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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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해 주차된 차량 2대를 들이받고는 12㎞가량을 달아났던 70대 A 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3%로 면허 취소 수준(0.08%) 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A 씨는 과거 4차례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2회 등 동종전과가 다수 있으며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의 차량도 압수했다.

#. 지난달 21일 새벽에는 술에 취한 채 전남 무안군 삼향읍에서 장흥군 장흥읍까지 55㎞를 운전한 40대 B씨가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092%로 측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이번까지 포함해 2001년 이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횟수만 모두 7회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B 씨의 승용차를 압수했다.

음주운전과 이로 인한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동안 음주운전 사고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음주운전 재범 비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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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장. 연합뉴스



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데 따르면 2020년 음주운전 사고는 모두 1만 7247건에 사망자는 287명이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사고 건수는 1만 4894건, 사망자는 20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에는 사고 건수(1만 5059건)와 사망자 수(214명)도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이동량과 술자리가 늘어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를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가 전체의 70%(150명)를 차지했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광범위하게 음주운전이 행해진다는 의미인 셈이다. 월별로는 봄(4.5월)과 가을(10,11월) 행락철에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렌터카 음주운전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전체 사업용 음주운전 사망자(47명)의 78.7%인 37명이 렌터카 운전 중으로 조사됐다. 렌터카 사고 사망자 8명 중 1명꼴로 음주운전이라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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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야간에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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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음주운전 재범률이다. 40~45% 수준의 재범률이 거의 감소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적발된 뒤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에 나서는 경우가 10명 중 4명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이 마치 마약처럼 습관적이고 중독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물론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는 있지만, 시간과 인력의 제약 때문에 상시 단속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압수하는 것도 임의 제출이 아니면 법원의 압수영장이 필요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술을 마셨을 때 아예 운전을 못 하게 하는 장치의 보급과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시동 전에 음주 여부를 측정해 일정 수치 이상이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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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방지장치. 음주 측정에서 일정 기준 이상 수치가 나오면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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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교통안전처의 한재현 선임연구원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것처럼 음주하면 운전 자체를 못하게 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단이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제주·대구·여수 등에서 렌터카 업체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시범 운영했더니 운전자 100명 중 1명꼴로 음주운전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범 운영은 3개월간 40대의 렌터카를 대상으로 672명의 운전자가 참여해 모두 8700여 회의 음주측정이 이뤄졌고, 이 중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검출돼 차량 시동이 제한된 경우가 86회였다. 이 장치가 없었다면 80회가 넘는 음주운전이 벌어졌을 거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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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영 참여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참여자 가운데 1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음주운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0.2%였으며, ‘음주 이력자 대상 렌터카 음주운전 방지장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답도 79%에 달했다.

마침 지난달 6일 국회에서 5년 내 음주운전 경력이 2회 이상인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방지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조건부 면허’를 따야 한다. 그리고 만약 방지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은 법 공포 이후 1년 동안 하위 법령 정비와 시스템 개발, 시범운영 등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방지장치를 달고 운전하게 되는 시점은 시행 직후 음주운전 재범으로 적발돼 일정기준의 결격기간이 지난 이후가 될 전망이다.

공단 권용복 이사장은 “이제는 단속이라는 기존 체계를 넘어 사전에 음주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며 “공단은 음주운전 방지장치와 같은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사고예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대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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