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올린 흉기 난동 예고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흉기 난동' 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장난스러운 교도소 후기 글을 올려 검찰이 항소를 결정했다. 남성은 다시 한번 글을 올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31일 춘천지검은 협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4일 오후 6시56분쯤 온라인 커뮤니티에 '춘천에서 칼부림할 예정'이라는 제목의 글과 흉기 사진 등을 게시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해당 글에서 흉기로 생선회를 뜨는 사진을 첨부하고 "회 떠먹어야지"라고 적었다. 이 글에 경찰관 20여명이 출동했다.
경찰은 IP 추적 등을 통해 글이 올라오고 3일 뒤인 7일 오후 1시 20분쯤 춘천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사람들도 칼부림 예고 글을 올리니까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 체포된 그는 구속영장이 발부돼 1심 선고 전까지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았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력을 낭비하게 했다"면서도 "실제 범죄를 실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점,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씨가 올린 구속 후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석방된 A씨는 지난달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구속 후기 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건 발생부터 판결받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유치장에 있는데 또 살인 예고 글 쓴 사람이 내 옆에 잡혀 왔다. 웃겼다. 그 사람이랑 도원결의 맺고 같이 교도소로 이송됐다. 교도소 가서 (사람들이) '뭐로 들어왔냐'고 물어서 '협박으로 들어왔다'고 하니 '아 살인예고글?' 하면서 소문나서 인기남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반성문 6장 정도 쓰고 집행유예로 나왔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 검찰은 "A씨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교도소에서 인기남'이라는 글을 올려 공권력을 조롱한 점 등을 고려해 죄에 상응하는 더 중한 형의 선고를 구한다"며 1심 판결에 항소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이후 A씨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후기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 글을 장난스럽게 쓴 건 맞다. 하지만 반성을 안 하건 아니다"라며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한테 그냥 잘 지냈다는 뉘앙스를 전하고 싶었고,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업보라고 생각하고 다 받아들이고 있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욕 같은 거 보면 우울해진다. 교도소에 있던 80일 동안 정말 힘들고 죽고 싶었다. 글에 반성 전혀 안 한 것처럼 재밌게 놀다 왔다는 느낌이 있었을 거 같은데 그 부분은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적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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