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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자리 다툼? "장악시도" vs "책임경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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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사, 평화재단 이사장 '승인'→'임명' 조례 개정 추진

고희범 전 이사장 "정치화라는 불행"…제주도 "매우 유감"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 방식을 놓고 제주도와 재단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평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고희범 전 제주4·3평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은 2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해 "제주도의 '재단법인 제주4·3평화재단 설립 및 출연 등에 관한 조례' 개정 추진은 4·3의 정치화라는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과가 명약관화하고, 4·3 정신을 뿌리부터 뒤흔들 것"이라며 조례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고 전 이사장은 "제주지사의 재단 장악 시도는 그동안 4·3특별법 제정과 전면 재개정에 이르기까지 힘을 모아주신 4·3 유족과 제주도민, 전국의 양심적인 인사들을 배신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4·3은 제주지사가 독점할 수 없는 제주도민의 피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례 개정에 반대하는 뜻에서 지난달 31일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현재 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추천하고 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날 이사장을 임원추천위원회 공모와 추천을 거쳐 도지사가 임명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지사가 이사장 후보에 대해 결격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현재도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임명과 다름없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며 "감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현행 선임 절차에 투명성이 의심되는 대목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사장이 비상임이어서 책임 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제주도의 주장은 보수를 받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해온 역대 이사장의 노고를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것일 뿐"이라며 "이사장과 이사를 지사가 임명하는 것이 책임 경영 강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대해 "재단에 대한 컨설팅 결과 보고서는 4·3특별법 규정은 물론, 재단의 설립 취지와 역사성, 특수성, 상징성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무시한 탓에 함량 미달인 데다 극히 위험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행정안전부 산하 지방공기업평가원은 재단에 대해 기관의 비전 및 방향에 대한 설정 필요, 책임성 확보 방안 마련 필요, 법이나 규정에 적합한 체계적 조직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참에 재단이 제주도의 출자·출연기관에서 해제돼 국가 단위 재단으로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고 전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조례 개정은 재단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현재 비상근 이사장을 상근 이사장으로 전환하고 도민과 유족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이 주요 골자라고 설명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4·3의 정의로운 해결 과정에서 대의가 아무리 옳다고 해도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집행 과정의 정의로움이 담보되지 않으면 대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조례 개정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이어 "현행 법률 체계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개선 과정일 뿐"이라며 "재단의 책임 경영 체제를 통해 도민과 유족들에게 신뢰받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정부와 제주도가 150억 원을 출연해 운영된다. 추가 진상조사 사업, 추모 및 유족 복지 사업, 문화 학술 연구, 평화 교류·교육 사업 등을 하고 있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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