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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김포 서울 편입' 추진 논란

국민의힘, ‘메가 서울’ 속도 조절···당내외 수도권 비대화 비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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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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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추진 중인 ‘메가 서울’ 프로젝트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6일 출범한 당내 특별위원회 이름에서는 ‘수도권’을 뺐다.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서울 외에 부산, 광주까지 메가시티 3대 축을 제시했다. 의원들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을 초대해 지방분권 전략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당 지도부는 김포의 서울 편입이 김포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편중 심화 우려, 정부·서울시의 신중론, 지방의 반발에 직면하자 방어선을 치고 신중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담당할 특위의 이름을 ‘뉴시티프로젝트’ 특위로 정하고, 경기도당위원장인 송석준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는 등의 인선안을 의결했다. 특위 이름에 ‘수도권’이나 ‘메가 서울’ 등은 들어가지 않고, 정체성이 모호한 ‘뉴시티’로 정해졌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원래 수도권이 들어가는 이름이었는데, 수도권 쏠림에 대한 지적이 있어서 2008년 총선 때 효과가 있었던 ‘뉴타운’과 비슷한 이름으로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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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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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서울 외에) 부산과 광주를 메가시티하는 작업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서울 집중화 현상도 막고 지방과 서울이 골고루 잘 살 수 있는 3축 메가시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위를 통해 당장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포의 서울 편입 특별법도 당내 논의를 거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에서 “우리 당은 김포 시민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 걸개 문구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정책 추진’이었다. 김 대표는 “김포시를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경기북도로 강제편입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발상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당이 주도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이 아니라 주민의 요구가 있어 수용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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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리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2023.11.06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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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 우동기 위원장을 초대해 지방분권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메가 서울 추진이 대통령의 지방분권 의지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불식할 목적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 위원장은 강연에서 “윤석열 정부 기조는 어디 사느냐에 따라 교육·문화·복지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자유의 정의”라며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국토 공간의 공정성 확보로 국가 경제의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국민의힘이 한발 물러선 것은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고, 자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난감해하거나 반발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메가시티 서울’ 구상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딱 반반인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김포 편입을 추진하고 있던 인천의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을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수도권 편중을 지방에 분산시킬 수 있도록 지방 메가시티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부 주요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진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해 “아직 정부에서 그렇게까지 고민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며 “정부가 검토할 단계가 됐을 때 엄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정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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