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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과감한 '현역 물갈이' 총선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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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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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동시에 총선기획단을 띄우면서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야가 공천 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역대 총선에선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높았던 정당이 승리한 사례가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 들고나온 '중진 험지 출마' 전략은 실패한 사례가 많아 그만큼 위험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경제가 최근 네 번의 총선을 분석한 결과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역 물갈이 비율이 높았던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선 물갈이 비율 38.5%를 기록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153석을 얻어 81석에 그친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했다. 당시 민주당 물갈이 비율은 19.1%에 머물렀다.

2012년 19대 총선은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이 47.1%의 물갈이 비율을 기록해 37.1%를 갈아치운 민주통합당을 다소 앞섰다.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이 33.3%의 현역 의원들을 잘라내며 물갈이 비율이 23.8%에 그친 새누리당을 앞질렀다. 민주당은 123석을 가져가며 12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에 신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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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맨 왼쪽)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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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반대 결과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나왔다. 당시 새누리당을 이어받은 미래통합당은 44.6%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했으나 물갈이 비율이 27.9%에 그친 민주당에 오히려 큰 격차로 졌다.

민주당이 180석을 가져갈 때 미래통합당은 103석에 머물며 참패하고 말았다. 그 당시 미래통합당이 현역 물갈이를 해놓고도 적절한 인물을 공천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역 교체 비율이 한국 선거에서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정치 기득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가 공약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치러지는 정치 풍조도 작용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혁신의 잣대를 주로 공천, 새로운 인물 영입 등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한국 유권자들에게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파격 공천을 통해 혁신 이미지를 선점하는 정당이 유리하다는 게 정계의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인물 교체를 통해 표심을 자극할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특히 수세에 몰려 있는 여당이 더욱 그렇다.

다만 여당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띄우고 있는 중진 험지 출마론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김형오 당시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 의원 10명을 험지나 전략 지역 등에 차출해 출마시켰다. △정우택 충북 청주상당→충북 청주흥덕 △주호영 대구 수성을→대구 수성갑 △김용태 서울 양천을→서울 구로을 △김재원 경북 상주의성군위청송→서울 중랑을 △안상수 인천 중동강화옹진→인천 미추홀을 △이종구 서울 강남갑→경기 광주을 등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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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첫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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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생환한 사람은 주호영 의원뿐으로, 그나마 대구 안에서 지역구를 옮겼기 때문에 생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험지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된 사례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도가 꼽힌다. 정 전 총리는 15~18대 총선 때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4연속 당선된 후 서울 종로로 옮겨 19~20대 의원을 지냈다. 웬만한 거물급이 아니면 험지 출마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인 위원장은 현역 하위 20% 공천 배제, 영남·중진·대통령 측근 등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등 파격 제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단순히 비이재명계를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역 교체론' '다선 용퇴론'이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는 9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역 교체와 관련한 혁신위 제안을 의결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현역 25% 공천 배제'를 시행해 승리를 이끌어낸 좋은 기억이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50% 이상 물갈이돼야 새로운 정당으로 국민 앞에 설 수 있고 쇄신의 바람으로 그나마 선거라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이날 총선기획단 첫 회의를 열고 공천 방식 논의에 착수했다. 앞서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지난 8월 경선에서 감점 대상이 되는 현역 하위 평가자 비율을 현행 20%에서 30%로 높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앞장서야 한다"며 "'친명 안방, 비명 험지'로 방향을 잡았다가는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안정훈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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