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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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예규를 통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넓힌 검찰이 법제처 요청에도 해당 예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검찰은 해당 예규를 근거로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를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예규가 상위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제처 심사는 제출을 거부해 피해 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확보한 법제처의 ‘최근 5년간 법제처장이 각 부처에 요구한 비공개 행정규칙 현황’ 자료를 보면, 대검찰청은 올해 4월 법제처가 ‘비공개 예규 59건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한건의 예규도 제출하지 않았다. 대검이 비공개한 예규에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등’을 삽입해 넓힌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해당 예규들을 법제처에 제출할 경우 보안이 필요한 수사 절차가 외부에 공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 가운데 비공개 예규를 단 한건도 법제처에 제출하지 않은 곳은 대검뿐이었다. 지난 9월 기준 비공개 행정규칙 수가 가장 많은 국방부조차 법제처가 60건을 요청하자 6건을 제외한 비공개 규칙 54건을 법제처에 제출했다.
‘법제업무 운영규정’은 법제처장이 비공개 예규를 요청하면 정부기관이 해당 예규를 보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회사로 치면 ‘사규’에 불과한 행정규칙인 예규가 상위 법령의 취지를 위반한 건 아닌지, 공개해야 함에도 비공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등을 법제처가 판단하기 위함이다. 다만 법제처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따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
결과적으로 대검은 ‘등’이라는 글자를 이용해 자의적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넓히면서도, 해당 예규가 상위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다른 기관의 검토를 전혀 받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개정된 해당 예규는 “(검찰청법이 정한 범죄 등과)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경우 직접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등’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넓혔고, 이 때문에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좁힌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이 직접수사할 수 없는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의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하면서 해당 예규를 근거로 들고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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