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이슈 총선 이모저모

‘탄핵카드’로 판 흔들기… 총선 앞두고 정국 주도권 노림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野, 이동관 방통위원장·검사 탄핵안 당론 채택

“李, 안건 의결 과정 방통위법 위반”

손준성·이정섭 검사 2명도 포함돼

與에 정책 밀리자 ‘힘자랑’ 비판론

野 일각 “총선에 부정 영향” 우려

李 “중대 위반행위한 적 없다” 반발

與 “걸핏하면 탄핵… 정쟁 매달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 추진에 나선 건 결국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노림수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부여당이 ‘메가서울’·공매도 금지 등 휘발성 강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민주당이 연일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자 ‘탄핵 카드’를 꺼내들어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9일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위원장과 함께 고발 사주 의혹이 있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 검사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검사 탄핵’의 경우 애초 발의된 탄핵소추안에는 총 4명이 대상이었지만 다른 2명이 빠지게 됐다.

세계일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의총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를 거친 결과) 간부급 검사로 탄핵을 추진하고, 다른 검사는 공수처 고발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탄핵 추진 여부를 놓고 전날과 이날까지 이어진 의총에서 별다른 이견은 노출되지 않았단 게 윤 원내대변인의 설명이었다. 그는 “(당론 채택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며 “탄핵소추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고 국회는 탄핵소추에 해당되는 대상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책무와 의무가 있다. 나쁜 짓을 하면 반드시 처벌 받거나 징계된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에는 5명이 정원인 방통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 남았는데도 주요 안건을 의결함으로써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게 한 방통위법을 이 위원장이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또 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이유로 방송사에 보도 경위 자료를 요구해 헌법상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도 봤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등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처분이 법원에서 잇달아 효력 정지된 점 등을 들어 이 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다만 민주당 내에는 이번 탄핵 추진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분명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위원장 등 탄핵 추진과 관련해 “일반 국민들이 볼 때 ‘왜 하나’ 싶은 탄핵은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통화에서 “이번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게 국민들에게 오만하게 보인다면 우리 당에 전혀 도움될 게 없다”고 평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하고 나면 몇 달 동안 우리한테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는데 울며 겨자 먹은 느낌”이라며 “(총선도) 약간 걱정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이 위원장 등 탄핵에 나선 건, 결국 총선을 5개월여 앞둔 현시점의 정세가 불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행정부의 집행력을 업은 여당이 김포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과 같은 ‘정책 무기’가 많은 만큼 민주당 입장에선 다수 의석을 이용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는 방안으로 탄핵을 택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한동훈 법무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또한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의총에선 아예 안건으로 다루지 않은 것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졌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할 경우 한 장관 ‘체급’만 키워주는 꼴이란 우려가 있었고, 원내지도부 또한 이런 정치적 고려를 해 한 장관 탄핵 카드는 꺼내지 않았단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장관은 결국 각을 세워야 주목을 받는 캐릭터”라며 “탄핵 추진이 사실상 정치인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진 한 장관에게 판을 깔아주는 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출마 선언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에서 나도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에 대해 “제가 헌법, 법률 관련 중대한 위반 행위를 한 적 없다”며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 탄핵하겠다고 하는 건 민심의 탄핵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가짜뉴스를 규제·심의하는 걸 반대해서 탄핵한다는 건 혹시라도 가짜뉴스 단속이 본인들 선거 운동에 방해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일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아무런 불법도 없는 국무위원들에 대해 끊임없이 탄핵 협박을 일삼고,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정쟁형 국정조사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