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 |
(서울=연합뉴스) 내년 4월10일 실시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꼭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총선기획단을 띄우며 선거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정작 게임의 룰조차 정해지지 않은 깜깜이 선거판이다. 선거의 기본 규칙에 해당하는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는 탓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를 선거일 1년 전에 확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24조는 깡그리 무시되고 있다. 현 상태로 가면 거대 양당만 잇속을 챙기는 졸속 개편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겉으로는 혁신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돼 있는 우리 정치의 민낯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현행 선거제가 수술대에 오른 것은 큰 틀에서 양당제의 폐해를 개혁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강화해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그만큼 현행 제도에 기득권 정당 쏠림 현상을 키우는 폐단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여야가 21대 총선 전인 2019년 12월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모순 그 자체라는 지적을 받는다. 소수정당의 국회 입성을 돕는다는 명분은 그럴싸했다. 그러나 내심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부려 비례대표 의석 대부분을 가져가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거대 양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한 것은 유권자들을 우롱하는 행위였다. 소수정당을 배려한다는 제도가 도리어 기득권 정당을 강화하는 역설을 낳았다.
여야가 스스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이 지난해 7월이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올들어 19년 만의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4월), 시민 500명 공론조사(5월)에 이어 지난 7월과 8월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구성된 여야 2+2 협의체까지 열었지만 논의는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개혁의 하이라이트로 주목받아온 비례대표 확대와 이를 통한 의원정수 증원, 사표 방지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논의과정에서 아예 폐기됐다. 여야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현행 47석으로 동결하는 데 합의했지만 그마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정개특위의 활동 기한을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인 내년 5월까지로 늘려놨지만 이 역시 면피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이번 총선에서도 신당 창당 세력이 준연동형제로 의석을 확보한 뒤 거대 양당과 합당하는 식의 '꼼수 위성정당' 시나리오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거제 논의가 겉돌다 보니 선거구 획정 논의 역시 기약이 없다. 다음달 12일부터 시작되는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까지는 불과 한 달 남짓이다. 이대로 라면 자신이 어느 지역구에서 뛰어야 할지 모른 채 선거전에 돌입해야 하는 혼란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선거일이 임박해 거대 양당이 정치적 셈법과 당리당략에 따라 선거구를 제멋대로 쪼개고 합쳐 누더기를 만드는 '게리맨더링' 가능성도 우려된다.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기득권 정당과 현역의원이 이득을 보고, 소수정당과 정치신인의 진출은 어려워진다. 기득권 독식 구조를 유지하려고 거대 양당이 의도적으로 논의를 지연시키려고 담합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편법과 꼼수를 허용하는 제도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민과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임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 정치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각오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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