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주가 하락' 주장한 개미들, 되레 하락 베팅 몰려
향후 주가 흐름, 전문가는 "수급 키는 개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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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내 증권시장에 역사상 네 번째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첫 주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대거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이유로 공매도에 비판하던 개미들이 금지 조치 이후 주가 하락을 노린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 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개미들은 소위 '곱버스'라고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187억5602만2070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베팅할 때 순매수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69억7342만9615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미들은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와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에도 대거 몰렸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이 기간 9억9198만1365원어치를 순매수했고,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는 8억4478만1445원어치를 사들였다.
개미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에도 대거 나섰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의 경우 같은 기간 개미들이 380억9563만3285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17억8082만6475원어치를 판 것과 대조된다.
최근까지 곱버스 순매도세를 이어온 개미들은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타'에도 몰리고 있다. '손바뀜'을 나타내는 시가총액 회전율도 올해 1월 일 평균 0.7% 수준에서 2차전지 열풍 및 초전도체 테마주가 각광받던 7월 1.34%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0.6%대로 하락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0.54%였지만, 지난 6일 2배 수준인 1.1%로 상승했다.
공매도 시행 첫날인 지난 6일 증시가 급등한 뒤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개미들의 선택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매도가 금지되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개미들이 하락에 베팅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이 주식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에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내부에서 공매도 한시적 금지 의견이 나왔고,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여전히 공매도 전면 금지로 국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개미들이 많은 가운데 외국인 이탈 등이 전망되면서 결국 개미들에게 주가 방향에 대한 '키'가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쇼트커버링 이후 수급의 키는 개인에게 있는데, 공매도가 금지되면 외국인 수급은 대체로 매도 우위였고 수급 공백은 개인 투자자가 메운다"며 "개인 자금 중 '뭉칫돈'의 흐름은 기회비용에 민감한데, 현재 PER은 10배 수준이지만 높은 금리로 개인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위험 선호 성향의 자금은 일드갭이 축소돼도 유입될 수 있다"며 "올해 초와 같이 투자 심리 개선과 주가 모멘텀이 전제될 필요가 있는데 2차전지에서 건강관리, 반도체, S/W의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수급 중심축 이동도 수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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