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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검찰과 법무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에 목 조르며 끌고 나간 법무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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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북 경주시의 한 공단에서 지난 7일 출입국외국인관리소 직원이 이주여성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 틱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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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영상 SNS 통해 퍼져
“인권 침해” 논란 확산
해외 누리꾼 ‘동물 취급’ 비판

법무부 “도주 시도해 불가피”
활동가 “과잉 단속 위한 변명”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나선 법무부 직원이 여성의 목을 팔로 조르며 작업장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이 지난 8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되며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영상을 본 동남아시아 등지의 누리꾼들은 “한국에는 인권이 없냐” “동물처럼 끌고 갔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 50초 분량인 단속 영상은 지난 7일 오전 경북 경주시의 한 공단에서 촬영됐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남성 직원이 외국인 여성 노동자 A씨의 목을 팔로 감아 5초쯤 조른 뒤 다른 직원에게 “잡아달라”며 인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인계받아 두 팔을 잡고 끌던 직원은 A씨가 몸을 빼려 하자 “왜, 왜 이 앞에 가면 돼”라고 반말하며 그를 작업장 밖으로 끌어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과 틱톡 등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한 게시물에는 신할리어(스리랑카어)로 “고생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사람을 개처럼 끌고 갔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경향신문이 12일 만나거나 통화한 이주노동자와 활동가들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주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생활 반경이 더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13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사잘(36·가명)은 “이 여자는 살인자도 아니고, 우리 외국인은 테러리스트도 아니다”라며 “이렇게 인권 없이 사람을 대하는 영상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국에 27년째 거주 중인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노동자 잔타(54·가명)는 “밥 먹는 시간에 쳐들어가듯 단속하는 것을 숱하게 봤지만, 이 영상은 심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있는 것은 물론 문제이지만 4대 보험이 없는 회사에는 미등록 노동자뿐이다. 그건 개선 안 하면서 단속만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법무부 훈령인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의 가혹행위와 차별적 언행을 금지한다. 여성 외국인 단속 시에는 원칙적으로 여직원이 현장에 투입돼야 한다. 법무부 측은 “외국인들이 도주하려 하자 불가피하게 목을 몇초 동안 잡은 것”이라며 “여성 직원 6명도 단속에 참여했지만 수십명이 도망쳐 불가피하게 남성 직원이 붙잡은 것”이라고 했다.

활동가들은 법무부의 해명이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이주노동자 단속은 이번 사건처럼 인간 사냥하듯 토끼몰이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망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비인도적 단속을 확립시키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했다. 현 정부 들어 강화된 단속 기조 아래 과잉 단속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보통 1년에 상·하반기 2번이던 합동단속이 올해는 3번째”라며 “많이 잡으려고 실적 중심의 단속을 하다보면 당연히 이런 불상사가 생긴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아무리 단속을 해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줄지 않고 40만명에 달하는 근본적 이유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정 활동가는 “미등록자가 생기는 건 사람들이 비자를 잃기 쉬운 구조라서”라며 “정책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개인을 때려잡아선 해결되지 않는다. 체류권 부여 정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무리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근절 기조가 외교적 리스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달 초에는 출입국당국이 태국인 관광객에게 깐깐하게 입국심사를 한 사실이 태국 현지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 3일 “태국인 불법체류자가 올 9월 기준 15만여명으로 2016년 이래 출신 국가 중 1위”라며 “전자여행허가를 받았더라도 입국심사 시 입국 목적이 소명되지 않거나 입국 목적과 다른 활동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입국 불허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국 불허 대상자 중에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 태국 공무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현·김경민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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