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BT·메릴린치 한국 주식 대차 축소 움직임
"한국 금융당국, 주먹구구식 관리로 일관성 시그널 포기"
스테이트 스트리트(SSBT)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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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공준호 박승희 기자 =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금지에 나선 가운데 외국계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외인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은 외국 기관들이 본격적인 이탈채비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SSBT는 한국 주식에 대한 대여서비스를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하고 주요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한국주식에 대한 공매도 및 대여 거래가 대부분 외국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SSBT의 결정으로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SBT가 국내 주식 대여서비스를 중단한다면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많은 외국계 트레이더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내년 투자포트폴리에 넣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 자본 이탈 가속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SSBT는 전세계 기관투자자와 제휴를 맺고 주식대차, 트레이딩,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SSBT의 수탁자산은 총 36조7000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4경8429조여원에 이른다. 자체 운용자산(AUM)은 3조5000억달러(약 4618조원) 규모다.
이에 더해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내년도 한국 시장에 대한 주식 대차서비스 목표치를 '0'으로 설정했다가 이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공매도 등과 관련된 규제와 조사가 강화되면서 피로감을 느낀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들이 이탈 움직임을 보인 것은 금융당국이 BNP파리바와 HSBC의 대뮤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며 다른 투자은행들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시점과 겹친다. SSBT는 직접적인 공매도 주체는 아니지만 고객사인 기관들에게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빌려주는 수탁기관인 만큼 관련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외국계 이탈 움직임에 대해 당국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SSBT에 확인한 결과 비율이 비교적 작은 전산 대여서비스만 중단한다는 것"이라며 "대면이나 비대면 대여 서비스는 계속한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전산정비를 한다는 방침인데 한국 시장 전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릴린치가 대차 수익 목표치를 0으로 잡은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이에 더해 당국은 조만간 홍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등과 만나 공매도 전면중지 배경을 설명하고 전산정비 등의 필요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다만 당국의 해명에도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대한 외국계 기관들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괜히 들어갔다가 피곤하게 규제를 받는 계륵보다 못한 투자처가 되어가고 있다"며 "사후 적발 이후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는 주먹구구식 관리는 일관성에 대한 시그널(신호)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기관과 대차거래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이전부터 끊임없는 검사 및 자료 제출요구에 지쳐있던 시장 참가자들이 공매도 전면금지를 기점으로 내년 한국 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포함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ze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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