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이슈 선거제 개혁

“양당 구조, 선거제 개편으로 ‘썩은 그릇’ 바꿔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주, 위성정당 막겠단 약속 지켜야

정책·정치 현안별 연대가 연합정치

당 혁신, 정치개혁 약속 이행이 우선

헤럴드경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릇이 썩었으니 새로 부은 물도 썩어버리는 것입니다.”

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는 선거일 1년 전에 획정해야 할 선거구 논의를 방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를 낳았던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개선이 아닌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여야가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이용될만한 이슈에만 집착하고 정작 중요한 민생 문제를 외면하는 폐해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선거제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한 양당 체제 타파에 목소리를 높여 온 대표적인 당내 개혁파 의원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의 문제가 사람이 아닌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 때마다 ‘물갈이론’이 정치권을 휩쓸고 지나가지만, 수차례 사람을 바꾼 결과가 현재의 공고화된 양당 체제라는 분석이다. 이 의원은 “20년 간 756명의 국회의원이 교체됐다. 2004년 187명, 2008년 134명, 2012년 148명, 2016년 132명, 2020년 155명이 초선 의원으로 바뀌었다”라며 “새로운 물을 계속해서 쏟아부은 것이다. 그래서 정치가 바뀌었는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반사이익 구조라는 썩은 그릇 자체를 깨야 싸움만 하는 정치,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정치를 멈추고 ‘일 잘하기 경쟁’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연합정치’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이 구상하는 연합정치의 핵심은 선거 연대가 아닌 정책과 정치 현안별 연대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려 다양한 세력들이 원내에 들어와 사안마다 연합체를 구성하면 거대 양당 중심의 ‘반사이익 구조’가 깨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의원은 “최근 거론되는 조국 신당이든 이준석 신당이든 그 어떤 신당이든 간에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선택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각 정당들은 서로 경쟁을 하고, 국민의 선택 받은 정당들이 새로운 국회를 구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이 구상하는 ‘연합정치’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 의원은 “본래 민주당은 연합정치를 선도해온 정당”이라며 “역사 속에서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정당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를 하면서 김영삼 대통령과 연합했고,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김종필과 연합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도 민주당 정권을 재창출하는 과정에서 호남과 연합했다. 광주의 민주당 대의원들이 노무현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우리 민주당은 기득권과 싸우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개혁을 이뤄낸 정당”이라며 “이 정신을 복원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다시 사랑 받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거대 양당이 제3, 제4의 경쟁자들이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거법을 병립형으로 되돌리려고 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며 “만약 양당이 그런 식으로 합의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입법권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연합정치 구상에 대해 ‘이상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옳은 길이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다. 양당 체제인 현재도 여야간 합의가 어려운데 다당제 상황에서는 여야간 협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나야말로 정직한 현실주의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20대 국회에는 원내교섭단체가 최대 4개까지 있었는데 21대 국회가 그때보다 더욱 생산적이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제3, 제4의 세력이 있을 때 그 세력들이 양당 중간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국민의 뜻에 반하는 내용을 특정 정당이 끝까지 고집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의 ‘양보’와 ‘희생’이 필요하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공개적인 결단과 실행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겠다’, ‘위성정당을 세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국민께 약속했다”며 “당 대표도 대선 때 약속을 했고,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의원총회를 통해 연대 보증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위성정당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여야가 선거제를 두고 공염불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 의원은 지난 7일 ‘위성정당 방지법(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선거를 치른 뒤 합당하는 경우 국고보조금을 삭감해 명확한 불이익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시도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 발의된 위성정당 방지법들은 실효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법안의 경우 합당 자체를 못하게 해 애초에 위성정당을 만들 동기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선거제 개편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 중이다. 제3의 기구에서 선거제 개편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국회에서는 이를 승인하는 순서로 선거법 개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 등 현직 국회의원들의 이해와 충돌 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제3 기구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뉴질랜드의 경우 왕립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서 거기서 선거법 초안을 만들고 국민투표로 확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권 자체는 헌법에 의해 국회에 있지만 제3의 기구에서 안을 만들고 국민들이 동의하면 국회에서는 승인만 하는 절차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내부 혁신 역시 정치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당의 혁신 차원에서도 정치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선거법과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고,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정당 개혁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위기의 본질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했던 정치개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국회 입성 이후 정치 개혁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를 묻자, 국회의원으로서 한계에 부딪혔던 순간들을 나열했다. 그는 “800원 버스기사 김학의 씨, 조선소 하청 노동자 유최안 씨, 신림동 반지하에서 호우로 돌아가신 홍수지 양, SPC 공장에서 빵을 만들다가 돌아가신 박선빈 씨, 쿠팡 물류센터에서 돌아가신 장덕준 씨. 이런 분들의 삶을 지켜드리고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하고 싶었던 정치였는데 번번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삶을 지키는 정치의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양당의 반사이익 구조를 깨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제가 말하는 정치개혁이 피곤하고 싫을 수 있다. 더 이상 쉽고 편한 정치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의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불안으로부터 지켜낼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환·양근혁 기자

헤럴드경제



y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