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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연습도 실전이다…숨 쉬고 피 흘리는 ‘수술 연습용 마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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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방부, 의료계와 공동 개발

치명적 부상 실제 환자처럼 재현

조직 절제·기관 삽관 연마도 가능

경향신문

수술대에 누워 있는 ‘수술 연습용 첨단 마네킹(SAM)’ 모습. 인간을 빼닮은 외모에다, 중증 외상과 출혈 상황 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영국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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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방부가 전투 중 치명상을 입은 장병에 대한 치료 기술을 군의관들이 연마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 연습용 마네킹을 개발했다. 이 마네킹은 외형적으로 성인 남성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며, 사람처럼 숨을 쉬고, 출혈도 일으킨다. 훈련을 받는 군 의료진이 문제 있는 조직을 도려내는 연습도 할 수 있어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국방부는 민간 의료계와 공동 연구진을 구성해 전투 중 외상을 입은 장병과 유사한 신체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수술 연습용 첨단 마네킹(SA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의료적인 처치를 연습할 수 있는 마네킹은 많다. 하지만 SAM은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진보된 특징을 지녔다.

우선 외모가 진짜 사람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지를 갖춘 흑발의 남성 형상인데, 바닥에 등을 붙이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눈을 감은 모습은 영락없이 의식을 잃은 환자다.

짧은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을 한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턱수염까지 자라 있다. 적당히 홍조를 띤 뺨 때문에 마네킹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진짜 사람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연구진은 전장에서 자주 나타날 법한 총상과 골반 부상 같은 치명적인 상처를 진짜처럼 재현할 수 있도록 3차원(D) 프린터로 뽑아낸 구조물을 SAM 몸 안에 넣었다. 연구진은 또 의식은 없지만 호흡은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해 숨을 쉬는 것처럼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기능까지 SAM에 구현했다.

특히 전투 중 부상으로 극심한 출혈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피가 몸 밖으로 펌프질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뿜어져 나오는 장치도 장착했다. 연구진은 SAM을 상대로 기관 삽관 연습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 삽관은 환자에게 호흡 장애가 올 때 자주 실시된다.

SAM 초기 모델은 최근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소속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훈련에서 사용됐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올해 8월까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에서는 약 50만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SAM은 10여년간 관련 연구를 이어나가며 얻은 결과물”이라며 “죽은 인체 조직처럼 생긴 부위도 부착돼 있어 이를 제거하는 수술 기법까지 연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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