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의 개발자 회의에 참석한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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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전(前) 최고경영자(CEO)의 기습해고 사태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루 만에 복귀설이 돌더니, 올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MS)에 합류하자 직원들이 ‘집단 퇴사’ 카드로 이사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승자는 MS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오픈AI 전체 직원(약 770명) 가운데 95%에 달하는 738명이 “올트먼이 복귀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 MS로 가겠다”는 서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올트먼과 그렉 브록만(전 오픈AI 이사회 의장)의 복직과 ‘CEO 축출’을 주도한 이사회의 전면 교체를 요구한다. 이사회는 이에 대해 경영진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은 지난 17일 이사회로부터 갑작스럽게 해고됐다. 복귀를 시도하다 무산되자 ‘올트먼의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약 16조8400억원)를 투자했던 최대 투자자 MS가 재빠르게 그를 영입했다. 해고 소식이 알려지자 하락했던 MS 주가는, 올트먼 합류 이후 2.05%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현재 MS 시가총액은 2조8052억 달러(약 3625조원)로 세계 2위다. 1위 애플(2조9776억달러, 약 3848조원)과 차이는 점점 줄고 있다.
이번 사태로 MS는 AI 업계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선두인 오픈AI의 핵심 인재를 대거 영입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설사 올트먼이 오픈AI로 되돌아가도 MS는 잃을 게 없다. 현재 지배구조로는 최대 투자자(영리법인 오픈AI 글로벌의 지분 49% 보유)인 MS도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으나, 경영 방식과 이사회가 모두 바뀌면 MS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높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20일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오픈AI의 거버넌스(governance·지배구조)는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픈AI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집단 퇴사가 현실화되면, 회사의 존속 여부도 불확실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든 면에서 명백한 패자는 오픈AI 자체”라며 “이번 격변으로 인해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기업 중 하나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사회의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 회사가 다시 뭉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썼다. 올트먼의 복귀를 요구하는 서한에도 이름을 올렸다. 올트먼은 이에 화답하듯 하트 이모티콘을 달기도 했다.
출범 당시엔 비영리 조직으로 설립된 오픈AI가 자금난으로 인해 2019년 영리법인을 내놓고 투자를 유치한 이후 오픈AI 내부에선 이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돼 왔다. 올트먼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반발하는 이들이 있어서다. 수츠케버는 2015년 올트먼과 함께 회사를 공동창업한 인물이다. 오픈AI에서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가진 ‘일반인공지능(AGI)’ 개발을 꿈꿔온 수츠케버는 인류를 위한 ‘안전한 AI’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쿠데타에 동참한 나머지 이사진들도 수익성보단 안전성을 중시하는 인물들이다.
오픈AI의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다. 샘 올트먼은 오픈AI로의 복귀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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