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공의 37% "수련기관 폭력 처리절차 못 믿어"
4명 중 3명은 병가조차 사용 못해…"시스템 전반 개선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집행부와 간담회를 갖고 전공의의 애로사항과 의료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3.11.7/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조선대병원에서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상습·반복적으로 폭행하는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중소·대학병원을 막론하고 전공의들의 업무 환경이 폭언·폭행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6일부터 12월14일까지 전국 19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 업무 수행 중 폭언이나 욕설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34%가 '그렇다'고, 66%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11.2%는 '업무 수행 중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수련기관 내 폭력 사건 발생 시 수련기관 내 처리절차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전공의는 23.3%에 그쳤다.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답변은 37.3%, '잘 모름'이라고 답변한 전공의는 39.4%였다.
수련환경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수련기관에 자유롭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가 36.2%, '그렇지 않다'가 36.6%, '보통'이 27.2%로 집계됐다.
전국 전공의들은 하루 평균 수십명의 환자를 도맡으면서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 중 45.8%는 정규 근무시 주치의로 담당하는 하루 평균 입원 환자가 1~10명이었는데, 29.9%는 11~20명, 16.0%는 21~30명, 4.4%는 31~40명의 환자를 맡았다. 하루 평균 41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한다는 전공의도 3.9%나 차지했다.
반면 전국 전공의 중 33.9%는 휴식시간을 항상 제공받지 못했고, 식사시간을 포함한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전공의는 57.1%에 달했다.
식사시간을 제외한 일주일 동안의 실제 근무시간은 평균 77.7시간이었고, 52%는 4주 평균 80시간 초과를 했다고 답변했다.
몸이 아플 때 병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전공의는 무려 75.6%였다.
이같은 상황에 전공의 중 51%는 수련을 중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도교수의 전공의 상습 폭행이 벌어진 조선대병원의 전공의협의회도 내부 징계 절차 시스템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전반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선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본원 신경외과 4년차인 A전공의는 담당 지도교수인 B씨로부터 한 달 넘게 지속적,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당했다"며 "분리조치는 이뤄졌지만 과연 B씨가 자신이 저지른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한 합당한 징계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B교수는 지난 8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A전공의의 뺨과 복부를 때리고, 쇠 재질의 물건으로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교수는 A전공의 등에게 인격모독성 발언 등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선대병원 내 징계절차는 폭력예방 관리 규정,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규정 등이 갖춰져 있지만, 피해자가 신고한 뒤 조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 인사위원회를 거치고 징계 의결을 하는 등 매우 복잡하다.
실제 올해 5월 조선대학교병원에서 벌어진 30대 정규직의 20대 계약직 직원 괴롭힘은 현재도 징계위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정규직 직원은 비정규직 직원에게 얼차려를 주고 뜨거운 냄비물을 어깨에 고의로 부었다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이달 24일 징계 의결을 받는다.
전공의협의회는 "본원 집행부는 폭언과 폭행, 협박, 성폭력, 성희롱 등 중대한 폭력이 발생했을 때 현행 시스템과 별도로 신속한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징계를 의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원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의료계 전반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며 "이런 변화가 의료계 내에 긍정적 영향을 끼쳐 전공의들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미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