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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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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달아도 소용 없네”… 검색 시장서 ‘구글 천하’ 못 넘는 MS ‘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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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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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탑재, 구글이 장악한 검색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성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웹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은 91.56%로 지난 2009년 통계치가 공개된 이후 90%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구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MS 빙의 점유율은 3.1%에 불과했다. 오히려 1년 전(3.59%)과 비교해 점유율이 더 떨어진 상황이다. MS 빙에 이어 얀덱스(1.84%), 야후(1.2%), 바이두(1.02%) 등이 검색 시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을 놓고 ‘구글 천하’를 넘기 위해 여러 기업들이 도전했지만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얀덱스(러시아)와 바이두(중국)의 경우 내수용 서비스에 가깝다.

MS는 지난 2009년 ‘구글을 꺾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빙’을 공개했지만 검색 품질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으며 점유율 확대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절치부심한 MS는 지분 49%를 확보한 오픈AI의 챗GPT를 지난 3월부터 빙에 부분 탑재하면서 AI 검색 엔진으로의 변신을 알렸다.

빙이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더 관련성 높고 개인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게 MS의 설명이다. 기존의 검색 엔진은 검색 키워드와 해당 키워드를 포함한 웹 페이지를 일치시키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반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탑재한 AI 검색 엔진은 일방향 챗봇의 성능을 뛰어넘어 쌍방향 대화와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MS는 지난 5월에는 챗GPT 기반의 빙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개방했다. 이와 함께 챗GPT의 웹 기본 검색 엔진에도 빙을 탑재했다. 챗GPT가 웹을 통해 여러 정보를 찾게 해 빙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빙의 지난 5월 점유율은 2.77%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P) 상승하는데 그쳤다. 6월 점유율도 2.77%로 제자리다. 이후 조금씩 점유율이 올라 지난달 3%대를 다시 회복했다. 빙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미국만 놓고 봐도 지난달 기준으로 구글은 88.11%, 빙은 6.89%로 점유율 격차가 크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에 따르면 MS는 그동안 검색 엔진에만 1000억달러(약 130조4600억원)를 투자했다. MS가 검색 시장에 이처럼 집착하는 이유는 광고 때문이다.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을 1%포인트(P) 올릴 때마다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는 게 MS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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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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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MS와 구글 간 신경전이 법정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법무부는 2020년부터 반독점법을 근거로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구글이 시장의 독점 지배력을 얻기 위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수십억에서 수백억달러를 지급하는 등 편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다.

나델라 CEO는 지난달 2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구글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해 구글의 검색 독점 체제를 비판했다.

나델라 CEO는 “다들 인터넷을 ‘오픈웹’이라 하지만, 사실상 ‘구글웹’밖에 없다”며 “사용자에게 검색 엔진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가짜’”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검색 시장 지배력을 차세대 AI 기반 도구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구글은 나델라 CEO의 증언에 대해 빙이 구글보다 열등한 제품이고 MS가 빙 개발에 적게 투자했기에 뒤처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존 슈미틀린 구글 수석 변호사는 MS가 이전에 버라이즌, 블랙베리, 노키아 등에 빙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했던 사례를 들며 “MS가 기본 검색 엔진으로 들어갔었지만 사용자들은 빙을 건너뛰고 구글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구글이 검색 등 주요 사업을 분할해야 할 수도 있지만, 당분간 검색 시장 판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챗GPT를 전문가 집단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빙의 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면서 “GPT보다 구글의 기본 검색 엔진 DB(데이터베이스)가 훨씬 커 사용성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의 검색 엔진도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현재 경쟁 구도가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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