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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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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⑤'천당 아래 분당' 미묘한 표심…與野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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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보수 강세…최근 野 승기

판교 품은 분당갑…野, 새 얼굴 부상

與, 분당을 거물급 인사들 각축전

지역 주민은 "효능감 후보 뽑겠다"

"지지하는 정당이요? 당은 관심 없고, 마음에 드는 사람(후보)으로 고를 겁니다."

지난 22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유스페이스.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던 김모씨(36)는 내년 총선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IT업계에 근무 중인 8년 차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념에 질린다"며 "당장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의 말에 옆에 있던 동료들도 "진보나 보수를 갈라서 '효능감'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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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이 이용하는 식당·카페 등 시설이 모여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유스페이스·H스퀘어 일대 전경. 사진=장희준 기자 j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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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은 선거철마다 여야의 격전지로 꼽히는 선거구다. 분당구가 속한 성남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재선시장을 지냈고, 은수미 전 시장이 바통을 이어받는 등 진보 계열이 우세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분당만 떼어 놓고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2010년 분당 지역구가 갑·을로 나눠진 이후 대체로 보수 계열 후보가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분당구의 '보수 강세'는 최근 치러진 주요 선거결과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20대 대선에선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분당구에서 18만 3094표(55.00%)를 얻으면서, 성남에서 시장직을 연임했던 이재명 후보(14만 966표·42.34%)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같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당선된 민선 8기 지방선거에서도 분당구에선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14만 622표(56.41%)를 얻으며 김동연 민주당 후보(10만 4254표·41.82%)를 15%포인트 넘게 압도했다.

분당갑, 野 '안철수 대항마' 난립…'젊은 표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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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갑의 경우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여권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원주민 비율이 높고 경기도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곳으로 꼽히면서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분류됐지만, 변수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유입된 '젊은 인구'다. 무당층 비율이 높은 '젊은 표심'이 어디로 기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21대 총선 당시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는 김병관 민주당 후보를 상대하며 단 0.7%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불과 1128표 차이였다.

국민의힘에선 지난해 6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둥지를 튼 '현역' 안철수 의원이 일찌감치 재선 의지를 밝혔다. 매주 지역 일정을 직접 챙길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의정보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민심 다지기에 나선 안 의원은 '신도시 정비'로 주민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시절부터 1기 신도시 정비를 국정과제로 꼽았고,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1호 법안도 노후신도시 재생특별법 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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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선 안 의원의 대항마로 내세울 '새 얼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병관 전 민주당 의원이 올해 9월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내년 총선 출마가 불투명하다. 김 전 의원은 지역위원장에서도 사퇴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안성욱 변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안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부장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동기(사법연수원 23기)다. 지역 인지도나 민주당의 '반(反) 검찰 공세'를 고려할 때 공천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 21대 국회에서 '최연소 의원' 타이틀을 가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분당갑에 출사표를 준비 중이다. 류 의원은 판교 지역 게임회사에서 해고된 뒤 청년 노동운동가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비례 의원으로 원내 입성한 직후부터 야탑동에 사무실을 내고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깃발 꽂힌 분당을…與, 별들의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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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도 최근 민주당이 내리 깃발을 꽂으면서 '보수 철옹성'에 금이 간 양상이다. MB정부 시절 '왕의 남자'로 불리던 임태희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는 16대 총선부터 분당을에서 내리 3선을 지냈으며, 18대 총선에선 71.06%라는 '전국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보수의 역사를 썼다. 그러나 임 전 의원(현 경기도교육감)이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며 치러진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깜짝 승전보를 울렸다.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이 지역구를 탈환하긴 했지만, 이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20~21대 총선에서 연달아 당선되면서 '보수 텃밭'의 아성이 무너졌다

여권에선 거물급 후보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초 분당갑에서 당선됐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분당을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관측이 나오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출마설도 이어지고 있다. 김 홍보수석의 경우 서울 송파나 경기 수원·용인 등에서 등판 요구를 받고 있지만, 본인의 분당 복귀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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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중앙공원. 황톳길을 비롯한 공원 내 시설에선 이른 오후부터 많은 중년·고령층 주민들이 야외활동을 즐긴다. 사진=장희준 기자 j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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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수내동 중앙공원 황톳길에서 만난 60대 여성 성모씨는 "기껏 뽑아줬더니 2년 만에 도지사 달겠다고 떠난 사람 아니냐"며 "난 그래도 (패배한 뒤) 지역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성씨의 배우자 김모씨(65)는 '윤심'을 언급하면서 "그래도 김은혜처럼 힘 있는 후보를 뽑아야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에 대한 기대감도 읽혔다. '보수 표심'의 상징으로 꼽히는 정자동 파크뷰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사업가 정재호씨(49)는 "부산에서 선거 때 패하고 상대 후보를 안아주러 간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합리적이고 포용력이 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사람(박민식 장관)이 동네에 20년 가까이 산 걸 주민들이 다 안다"며 거듭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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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을 지역구 곳곳에서 쉽게 포착되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현수막. '신도시 정비' 등 현안을 중심으로 지역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사진=장희준 기자 ju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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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총선 당시 김병욱 민주당 의원에게 석패한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선 김 대변인을 '사실상의 지역위원장'이라고 평가하며 조직력이 탄탄한 후보로 꼽고 있다. 국민의힘 성남 지역 관계자는 "사업가 출신의 리더십과 총선 패배 이후 중앙에서 쌓은 경험으로 경쟁력이 한층 물오른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가 앞선 두 후보와 맞붙을지, 둘 중 하나와 손을 잡을지도 '관전 포인트'라는 이야기도 있다.

민주당에선 현역이자 '친명'으로 꼽히는 김병욱 의원이 지역구 수성에 나섰다. 수내동·정자동 등 지역구 일대에선 교차로마다 김병욱 의원실에서 내건 현수막이 눈에 띄게 많이 포착됐다. '신도시 정비' 등 현안을 중심으로 지역구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단편으로 읽힌다.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누가 와도 쉽지 않은 지역구"라면서도 "재선을 거치며 그간 지역을 위해 한 일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일 잘하는 김병욱'을 어필하면서 선거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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