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내부. 토스뱅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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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 신용자 대출 공급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은행들이 이미 올해 말 목표치를 크게 미달하는 상황에서 공급 강화를 요구하자니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부담을 완화해주자니 당국의 정책을 번복해야 하는 탓이다. 금융당국도 신중한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27일 각 은행의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3분기 말 국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 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대출 비중은 26.5∼34.5%였다. 케이뱅크가 가장 낮았고 카카오뱅크가 28.7%로 뒤를 이었다. 토스뱅크(34.5%)는 유일하게 30%를 웃돌았으나 1분기 말(42.1%)과 2분기 말(38.5%)에 이어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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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구상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의 도입 취지인 ‘포용금융’을 활성화하겠다며 2023년 말까지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각 은행이 당국과 협의해 설정한 목표치는 30∼44%였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케이뱅크(32%)와 토스뱅크(44%)는 모두 미달할 전망이다. 특히 케이뱅크는 당국이 제시한 최저 목표치(30%)도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은행의 발목을 잡는 건 주로 건전성 문제다. 올해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중·저 신용자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는 탓이다. 해당 대출의 비중이 가장 높은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0.15%에서 올해 상반기 말 1.56%로 뛰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가 0.33%에서 0.52%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토스뱅크가 급하게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 배경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온 카카오뱅크도 당국 입장에서는 고민거리다. 카카오뱅크는 중·저 신용자 대출 비중을 꾸준히 늘리면서, 이로 인해 악화하는 건전성은 신용평가를 고도화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담대를 확대하는 식으로 관리해왔다.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3분기 말까지 1년간 1조5710억원 늘어난 반면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는 7조2460억원이나 뛰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가계 빚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들이 주담대를 늘리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면 이는 가계대출 규모를 늘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들 은행이 중·저 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에 따른 건전성 악화 문제를 최소화하려다 자칫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당장 토스뱅크도 새로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위는 올해 안에 내년 이후 중·저 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새로 정할 예정이다. 당국 안팎에서는 건전성 문제를 감안해 목표치를 더 올리지는 않되,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를 고려해 하향 조정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가닥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인터넷은행들의 목표치 미달 상황에 대해 “(은행들이 목표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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