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열린 ‘삼성 AI 포럼 2023’에서 김대현 삼성전자 부사장이 자체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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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사업화 가능성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업무에 AI 툴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거나, 기업간 거래(B2B)용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AI 비서’ 같은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27일 산업계를 보면, 가전·통신 등 기존의 주력 사업이 정체 상태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I를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보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공개했다. 언어, 코드, 이미지를 각각 생성하는 3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쓰임새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체 업무용이다. 삼성 가우스의 코딩 어시스턴트 ‘코드아이(code.i)’는 사내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할 수 있다.
아울러 삼성 가우스는 자체 스마트폰에도 탑재된다.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 가우스를 기반으로 한 ’갤럭시 AI’를 적용해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갤럭시 AI가 탑재된 폰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평소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면 갤럭시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상대방 언어로 통역한다. 통역된 대화는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고 텍스트 형식으로 스마트폰에 표시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과 영국 지식재산청(IPO)에 ‘AI 스마트폰’과 ‘AI 폰’에 대한 상표 등록 절차까지 마쳤다. 내년 초 출시하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기기 안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가 처음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AI 개인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의 아이폰 앱에서 ‘A. 전화’ 서비스로 통화요약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 SK텔레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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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LG그룹은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을 설립해 자체 AI를 개발했으며, 2021년 처음으로 AI 모델 ‘엑사원’을 내놨다. 지난 7월에는 한층 진화한 ‘엑사원 2.0’을 선보였다.
엑사원은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로 분류된다. 한국어·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으며, 카메라를 사용해 시각 정보를 데이터로 변화하는 ‘비전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엑사원 2.0은 ‘상위 1% 전문가용 AI’라는 점을 앞세웠다. LG 계열사 등에서 확보한 특허·논문 등 약 4500만건과 3억5000만장의 이미지를 학습했다. 학습 데이터 양도 기존 모델 대비 4배 이상 늘려 성능을 높였다고 LG는 설명했다. 이를 화학·바이오 등 전문 분야를 비롯해 신소재·신약 탐색 등에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통신업계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자체 거대언어모델(LMM) ‘에이닷엑스 LLM’을 공개하고 이를 활용한 AI 개인비서 ‘에이닷’을 정식 출시했다. 통화 요약, 일정 등록, 수면 관리, 음악 등 AI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사들은 유독 AI 도입에 절박한 분위기다. 기존 이동통신·인터넷 사업은 가입자 숫자가 수년째 둔화된 상황이다. 반면 그동안 쌓아온 자본력과 데이터를 이용해 언어모델을 구축하기가 타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LG유플러스도 내년 중 맞춤형 생성형 AI ‘익시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엑사원의 원천 AI 소스를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LLM으로, 이를 활용해 인터넷TV(IPTV), 구독 플랫폼, 커뮤니티 등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KT는 초거대 AI ‘믿음’을 내놨다. 기업고객을 겨냥한 AI다. 그간 생성형 AI의 고질적 단점으로 지적되어 온 ‘환각(할루시네이션) 답변’을 대폭 줄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디지털전환(DX) 관련 대기업들도 AI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 CNS는 지난달 생성형 AI로 기업 내 지식·데이터를 검색하는 ‘AI를 활용한 지식관리(KM)’ 서비스를 소개했다. SK C&C도 ‘기업 전용 보고서 제작 생성형 AI’를 개발해 테스트 중에 있다. 삼성SDS도 메일·메신저·영상회의 등에 AI 기술을 접목한 협업 도구 ‘브리티 코파일럿’을 조만간 상용화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DX 업계 등 이전부터 기업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B2B 영역에서 먼저 기존 고객들을 위주로 영업활동을 해 수익 모델을 확립하는 전략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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