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공매도 전산화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무산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TF, 가능성 열어놓고 재검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민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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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전산화 논의도 본격 시작됐다. 과거 현실적 한계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혀 시스템 구축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도입 논의는 2020년 9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개정안에는 '증권의 대차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자는 체결된 대차거래 계약의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전자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는 등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절차를 갖출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대차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즉시 그 내역을 금융위가 고시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보고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무차입 공매도 등 법 위반 행위를 사전에 적발하기 어렵고 사후통제 수단인 제재도 낮아 위법한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됐다"라며 "대차거래의 협상, 확정 및 입력 단계가 자동화되지 않고 모두 수기로 인한 대차계약의 체결방식, 즉 채팅이나 전화, 이메일 등으로 이뤄져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고 이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토 결과 실시간 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 검토 보고서를 보면 "공매도 해당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계좌잔고, 대차정보, 계좌 미표시 매도 권한 발생 정보 및 결제 이전 매수·매도 주문량 등 매도자의 모든 거래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라며 "그러나 매도자가 아닌 제3자가 관련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여주식, 투자자 집단계좌 등 공매도에 해당하지 않는 정상거래의 상당수가 이상거래로 적출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식 잔고·매매 수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사실상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잔고 정보를 상시 관리해 위법한 공매도를 빠르게 적발하려는 법안들의 취지가 현실적으로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무차입 공매도를 완벽히 식별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업계에서도 수기로 하는 공매도 관리를 전체 증권사 등으로 확장하기엔 비용 문제 등이 따른다는 의견을 내놨다. 결국 개정안은 정무위 대안으로 대체됐다. 대안에는 전산화 관련 내용은 빠지고 불법 공매도 사후 적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대차거래 정보 보관이 담겼다. 차입 공매도를 목적으로 상장증권의 대차거래 계약을 체결할 경우 해당 정보를 5년간 보관하고 금융위 및 거래소가 제출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르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최근 금감원의 적발로 무차입 공매도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행위가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면서 전산화 요구가 거셌다. 또 사전 예방 전산 시스템 미비에 따른 문제에 금융당국도 공감을 나타냈다.
금감원은 공매도 전산화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23일 금감원과 거래소는 금융투자협회 및 업계와 함께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공매도 거래 기관 투자자의 내부 전산시스템 구축과 함께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전산화 논의가 있었고 결론이 내려졌지만 이번에는 제로베이스에서 철저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전산화가 가능한지, 어떤 방향으로 구축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유관기관은 기관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증권사는 의무화 대상 기관의 기관 내부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을 확인한 경우에만 공매도 주문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도 재검토해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TF 구성 등 공매도 전산화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실화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주식 거래 등 모든 거래가 전산화돼 있는데 어떻게 공매도만 불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비대칭성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전산화는 충분히 고려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잔고 확인만 가능하다면 기존의 주식 거래 시스템과 비슷한 방법으로 공매도 전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라며 "기관이 이제라도 TF를 구성해 전산화를 시도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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