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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전교조 경남지부 “도내 교사 70%, 최근 3년간 갑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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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모욕·성희롱·금품 요구 등

전국교사노동조합 경남지부가 29일 도내 교사 갑질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도 교육청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도내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갑질 피해 경험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제멋대로 구는 행위’를 ‘갑질’이라고 정의하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 10명 중 7명이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노경석 전교조 경남지부장이 갑질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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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1029명의 교사가 설문에 응답했으며 최근 3년 내 직접적인 갑질 경험을 했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 중 70%에 이르렀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갑질 경험 비율이 높았으며 4년 차와 3년 차 교사 피해 경험은 각각 85%, 82%에 달했다.

21~30년 차는 55.1%, 31년 차 이상 교사는 34.6%가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갑질을 한 대상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가 86.5%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 32.9%, 동료 교사 25.1%, 교사 외 직원 12.8%, 기타 3.2%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78.5%의 교사들이 갑질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혼자 감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고해도 바뀌거나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2차 가해 등 불이익이 두려워서’, ‘신고인 개인정보가 노출될까 두려워서’ 피해를 홀로 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교조가 접수한 갑질 피해 사례에는 “육아시간 쓰는 사람 당신밖에 없다”, “잘 보이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보내버린다”, “부인은 뭐하고 남자가 자녀 돌봄 휴가를 쓰냐”, “학교 행사에 왜 치마를 입고 오지 않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병가를 낸 교사에게 “진짜 아픈 게 맞냐”고 묻고 “임신 예정이면 임용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기간제 교사에게 자기 자녀 과외를 시키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수업을 서서 진행하라고 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다.

외모 비하나 성희롱, 기간제교사에게 음식 대접이나 선물 등 금품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제보받은 갑질 사례만 500건이 넘는다”라며 “갑질 신고를 해도 구두 경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솜방망이 감사 처분이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도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학교를 망치는 갑질 문화를 말끔히 도려내고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노경석 지부장은 “도 교육청이 갑질 피해 전수조사를 시행하면 지부가 조사한 것보다 문제점을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갑질 가해자를 엄벌하고 전반적인 제도개선과 불이익 방지대책 마련 등으로 갑질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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