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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황의조가 불 붙인 '불법촬영' 공포…삭제 지원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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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최소 17번꼴 발생…안전지대 없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영상 '완전한 삭제'

삭제 지원 인력 그대로…지원 공백 우려

뉴시스

[인천공항=뉴시스] 김근수 기자 = 축구선수 황의조(31·노리치시티) 2023.02.06. k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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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축구선수 황의조(31·노리치시티)의 성관계 불법 촬영 의혹으로 '언제 어디서 찍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불법 촬영 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영상 삭제 등 피해자 지원은 제자리걸음이다.

불법촬영 안전지대 없다…하루 17번꼴 발생


불법 촬영 공포는 이미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지하철 역사와 공공기관 화장실에서는 '불법촬영 정기 점검 중'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같은 안내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찰은 지난 9월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역에서 맞은 편에 앉은 여성의 하체를 촬영하던 40대 공무원을 검거했다. 8월에는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찍고 다닌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전 여자친구와의 성관계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에서는 지난달 한 고등학교 여자화장실의 갑티슈 안에서 촬영 중인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경찰 신고 직후 재학생이 자수했는데 교내 화장실 3곳에서 불법 촬영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에는 강원도 태백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휴대전화로 공부하던 여학생들의 신체를 몰래 찍은 혐의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의 휴대 전화에서는 200개가 넘는 불법촬영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촬영 범죄 건수는 3만768건으로 하루 평균 17건꼴로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6086건 ▲2019년 5881건 ▲2020년 5168건 ▲2021년 6525건 ▲2022년 7108건으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의 피해 지원 건수는 72만8639건에 달한다. 빠르게 복제되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특성 때문에 유포되는 영상은 범죄건수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규제가 없어 실제 발생하는 이보다 불법 촬영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불법촬영물 삭제 인력, 내년에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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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처벌만큼 중요한 것은 피해 불법촬영물의 삭제다. 피해자들은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의 '완전한 삭제'를 원하고, 정부도 불법촬영물 삭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모두 태부족한 실정이다.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중앙기관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다. 피해자 요청을 받아 온라인 사이트 등에 삭제 요청을 하면 해당 플랫폼이 직접 지우는 '수작업' 방식이다.

이밖에 전국 14개소의 디지털성범죄 지역특화상담소(특화상담소)도 디성센터와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삭제를 지원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디지털 성범죄 특화형 통합상담소 지원'에 6억13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5억9500만원보다 1800만원(3%) 증액된 액수다.

정부는 전국 14개 특화상담소에 예산을 배당해 상담소별로 2명씩 총 28명의 상담원 인건비를 지원해 왔다. 수십만개의 불법촬영물을 삭제하는 인력으로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년에도 이 인원은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원하는 상담소 인력은 내년에도 변함이 없다. 상담소를 더 늘리면 좋겠지만 확대하지 못헀다"며 "대신 디성센터 인력 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디지털성범죄 특화상담소' 폐기 수순…"피해자 공백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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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감축 철회 촉구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11.21.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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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또 2021년부터 운영해 온 디지털성범죄 특화상담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멈추고, 내년부터 스토킹·디지털 성범죄·권력형 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 등 5대 폭력을 모두 지원하는 '통합상담소'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권지현 전주성폭력상담소장은 "기존 가정폭력상담소만 통합상담소로 전환을 신청할 수 있고, 디지털성범죄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던 곳들은 신청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며 "3년 동안 촬영물 삭제 지원에 노하우를 쌓고 자리를 잡아왔는데 보조금 지원이 끊기면 모두 날아가 버릴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법촬영물 삭제 노하우를 축적해오던 상담소들이 통합 과정에서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절실한 불법촬영 피해자 지원에는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9일 성명문을 통해 "피해자들은 새로운 상담소에서 새로운 상담원에게 다시 피해를 설명해야 한다"며 "또 통합상담소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디지털 성폭력까지 상담해야 하는 업무상 과부하가 생긴다. 빠른 속도로 피해가 확산되는 불법촬영의 특성상 피해자 지원 공백은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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