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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미국 “팔레스타인 땅 말고 민간인 피해자 줄여” 압박… 이스라엘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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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 두바이 기후회의서 ‘중동 외교’
완충지대 구상에 가자 영역 축소 불가 재천명
제동 안간힘에도 “몇 시간 만에 사망자 193명”
한국일보

카멀라 해리스(맨 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차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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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가자지구 영토를 줄이려 하는 것은 물론, 민간인 희생도 불사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미국이 거듭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데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깊은 이스라엘은 복수와 재발 방지가 최우선이라, 미국 말발이 잘 먹히지 않는 형국이다.

‘가자지구 협조’ 약속 꺼리는 아랍국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안정화하기 위해 필요한 일로 △재건 △안보 확립 △거버넌스(통치)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UAE와 요르단, 이집트, 카타르 등 아랍 국가 지도자들에게 이런 구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장 골칫거리는 두 번째 과제인 안보다.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안군을 강화해 스스로 가자지구 안보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해리스 부통령 주장이다. 문제는 그게 가능할 때까지인 과도기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을 계속 위협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가자지구 관리나 치안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주변 아랍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두바이를 찾은 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으나, 정작 그가 골몰한 것은 ‘중동 외교’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기후 관련 출장이었음에도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아랍 국가 정상들과의 대화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어느 정도 소득을 거뒀는지는 불투명하다. 전후 가자지구 안정을 위해 주변국이 협조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그들로부터 구체적 약속을 받아 냈는지에 대해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함구한 탓이다.

대안 없는 전후 치안, 이스라엘 뜻대로

한국일보

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하자 남부 칸유니스 지역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하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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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조는 강경했다. 가자지구 국경의 변경은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리스 부통령은 경고했다. 가자지구 국경 팔레스타인 쪽 구역에 무장 세력의 공격을 차단할 ‘완충 지대’를 만들자고 한 이스라엘의 발상을 일축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편에 완충 지대가 설치되면 자치구역 축소가 불가피하다. 팔레스타인의 거센 반발, 또 다른 충돌과 혼란도 명약관화하다. 미국이 수용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이스라엘 대신 치안을 맡길 대안 세력도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 전 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하마스 테러분자의 국경 접근을 막으려는 취지이지, 가자지구 영토를 빼앗으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공개 반대에도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민간인 피해를 ‘하마스 제거에 수반되는 비용’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이스라엘의 폭주에 제동을 걸기도 쉽지 않다. 미국은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물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재차 촉구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도덕 대신 이익에 호소하는 논리로도 설득을 시도했다.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그는 “민간인을 적의 품으로 몰아넣으면 전술적 승리를 얻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패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경청할지는 미지수다. NYT는 이스라엘이 미국 요구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투 재개 뒤 몇 시간 만에 193명이 숨졌다고 2일 밝혔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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