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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5 (일)

文정부 세 총리 연쇄 회동… 정치적 연대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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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정세균·김부겸 각각 만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김부겸 전 총리 등 문재인 정부의 ‘3총리’가 최근 각각 연쇄 회동했다. 아직 셋이 한자리에 모인 적은 없지만 이낙연-정세균, 김부겸-이낙연, 정세균-김부겸 식으로 돌아가면서 만나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이후 일선에서 멀어져 있던 세 사람이 총선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전직 총리들의 ‘연대설’이 제기됐다. 민주당의 구주류로 호남과 운동권 1세대인 세 사람이 정치적으로 연대할 경우, 현재 민주당의 신주류가 된 이재명 대표와 ‘개딸’이 상징하는 민주당 친명 체제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세 전직 총리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건 이낙연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김부겸 전 총리를 2번 만났다고 밝혔다. 한 번은 문재인 정부 내각 모임에서 여럿이 만났고, 다른 한 번은 각자 ‘믿을 만한 사람’을 데리고 넷이 만났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5일 MBC라디오에서 김 전 총리와 대화에 대해 “당 상황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도 둘이 만났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선 “정 전 총리가 (민주당 상황에) 많이 속상해해서 이야기가 많이 진척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총리와 김 전 총리도 최근 따로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은 민주당 현 상황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세 사람의 연쇄 회동이 주목받는 건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당내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 이후 개딸당으로 변질했다. 도저히 고쳐 쓰기가 불가능하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비명계 의원들의 ‘원칙과 상식’ 모임도 이달 중순까지 당의 변화가 없으면 탈당 등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세 전직 총리 중 이 대표와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는 5일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낙연 출당 요구’에 대해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답했다. 이 전 대표의 출당 요구 청원은 5일 오후 6시까지 2만명 넘는 당원이 참여했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다른 전직 총리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거기까지는 아직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세 사람 모두) 문제의식은 확실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총리가 활동 폭을 넓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까지 시사하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배제의 정치가 아니라 통합과 단결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상대 의견에 과민하게 반응할 게 아니라, 반론을 자유롭게 말하며 민주적 토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민주당다운 모습”이라고 썼다. “총선 승리가 민주당의 역사적 사명”이라며 “함께 힘 모아 정권 심판과 민생 회복에 총력을 다하자”고도 했다.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멈추라며 단결을 요구한 뒤 ‘이낙연 출당 요구’는 청원 게시판에서 삭제됐다.

비명계는 전직 총리들이 이 대표에게 맞서는 구심점이 되어주길 바라는 눈치다. 비명계 한 의원은 “세 사람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당 원로이자 대표급 인사들이 앞으로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말하면 이 대표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직 총리들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당내에서도 엇갈린다. 같은 목소리를 내기엔 세 사람의 처지와 입장이 ‘3인 3색’으로 극명히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이낙연이 맞붙었을 때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는 등 둘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라며 “정 전 총리나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와 그런 관계가 아닌데 굳이 이 전 대표와 행동을 함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는 “정 전 총리는 현재 민주당의 정신적 구심점 중 하나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며 “현실 정치에 개입해 당 지도부나 이 대표에게 쓴소리하는 건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정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의 자리를 노리거나 필요한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해 총리직을 내려놓으며 일선에서 물러난 뒤 경기 양평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를 과거로 되돌리거나 위성 정당을 만드는 건 “정치 퇴행”이라고 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선거제를 되돌리거나 위성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한 이 대표와 의견이 다르다. 하지만 김 전 총리 측은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지 이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하지만 당장 목소리를 높일 시기도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무엇보다 세 전직 총리가 아직 한 번도 따로 한자리에서 만난 적 없다는 점에 대해 “그만큼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세 사람이 적극적 연대는 아니더라도 특정 사안에 한목소리를 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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