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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40억년 시간이 멈춘 행성계…‘여왕별’과 공명하는 6개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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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구에서 100광년 거리의 별 HD110067이 거느리는 6개 행성은 각기 일정한 공전주기 비율로 중심별을 돌고 있다. © CC BY-NC-SA 4.0, Thibaut Roger/NCCR Plan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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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이 6개의 행성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중심별을 공전하는 행성계를 발견했다.



미국 시카고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100광년 거리에 있는 별 ‘HD110067’을 돌고 있는 행성 6개 모두가 서로 일정한 공전주기 비율로 궤도를 돌고 있는 것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북반구의 머리털자리에 있는 이 별은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있을 만큼 밝다.



연구를 이끈 라파엘 루케 시카고대 박사후연구원은 “행성들은 최소한 40억년 전 행성계가 형성됐을 당시의 궤도 배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치 우주의 화석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2개 이상의 천체가 중력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궤도 주기가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궤도 공명이라고 부른다. 태양계에선 목성의 4대 위성 중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의 공전 주기가 궤도공명 원리를 따르고 있다. 맨 안쪽에 있는 이오가 목성을 4번 공전할 때 유로파는 2번, 가니메데는 1번 공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행성 궤도는 행성간 충돌, 지나가는 별의 중력 영향 등 초기의 균형을 뒤흔드는 사건들로 인해 궤도 공명을 유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궤도 공명은 행성계가 처음 형성됐을 시기의 상황을 추적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더욱이 이번처럼 6개 행성 모두가 서로 궤도 공명을 이루고 있는 것은 “1% 중의 1%”라고 할 만큼 매우 드문 일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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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c를 기준으로 6개 행성의 궤도 운동을 보여주는 그림. 행성 c가 360도 회전할 때 행성 b는 540도, 행성 d는 240도, 행성 e는 160도, 행성 f는 120도, 행성 g는 90도 이동한다. Dr. Hugh Osborn (University of B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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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깥쪽 행성 1번 돌 때 맨 안쪽 행성 6번 돌아



이 별에 행성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발견한 건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친 테스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서였다. 당시엔 궤도 공명을 하며 공전하는 두개의 행성만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포함해 12개의 천체망원경 관측 데이터와 2019년에 발사된 유럽우주국의 케옵스 우주망원경의 후속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행성이 모두 6개이며, 이들 행성이 모두 궤도공명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6개 행성의 궤도공명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가장 안쪽 행성이 중심별을 세번 공전할 때 두번째 행성은 2번 공전한다. 두번째와 세번째 행성, 세번째와 네번째 행성의 사이의 공전주기도 같은 비율이다. 가장 바깥쪽 2개의 행성은 공전주기 비율이 좀 다르다. 다섯번째 행성이 4번 공전할 때 6번째 행성은 3번 공전한다. 요약하면 안쪽 4개 행성은 순서대로 3:2, 3:2, 3:2 비율로, 바깥쪽 2개 행성은 4:3 비율로 궤도를 돈다.



이 경우 가장 바깥쪽 행성이 한 번 공전하는 동안 맨 안쪽 행성은 6번 공전하게 된다. 연구진이 확인한 6개 행성의 공전주기는 안쪽부터 9.1일, 13.7일, 20.5일, 30.8일, 41.1일, 54.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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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의 케옵스우주망원경을 통해 알아낸 6개 행성들의 공전주기 비율. 맨 바깥쪽 행성이 한 번 공전할 때 맨 안쪽 행성은 6번 공전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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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가장 많은 미니-해왕성급 행성



6개 행성들은 크기도 비슷하다. 지름이 지구보다는 크고 해왕성(지구 지름의 4배)보다는 작다. 대략 지구의 2~3배로 미니-해왕성에 해당한다. 우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 바로 미니-해왕성이다.



120광년 거리에 있는 미니-해왕성급 외계행성 K2-18b의 대기에서 생명체 신호와 관련이 깊은 메탄, 이산화탄소 분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지난 9월 발표되면서 미니-해왕성급 외계행성이 더욱 높아졌다.



후속 관측에서 미니해왕성급 외계행성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나온다면 외계생명체 발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한 행성들은 거주가능 구역에 있지 않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6개 행성 모두 태양~금성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중심별을 돌고 있다.



6개 행성의 밀도는 해왕성보다 높고 지구보다는 낮다. 연구진은 이는 행성들이 암석, 얼음, 금속으로 이루어진 작은 핵과 밀도 높은 대기층으로 구성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 아래 어딘가에 액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국 개방대의 캐롤 해스웰 교수는 ‘네이처’에 “향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거주 가능 구역에서 다른 행성이 추가로 발견된다면 이 별은 은하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692-3



A resonant sextuplet of sub-Neptunes transiting the bright star HD 110067. Nature 623, 932–937 (202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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