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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호흡기약 부족, 처방조차 못해"…아이들 폐렴 확산에 의사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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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아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마이코플라스마(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중국을 휩쓸면서 인접국인 한국과 타이완·인도 등도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대유행 수준은 아니지만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새 감염환자는 126명(10월 4주차)에서 270명(11월 4주차)으로 2.14배 늘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우리나라에서 3~4년마다 유행해왔다. 기존 유행 땐 1차 치료제인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만 투여해도 대부분 증상이 완화됐다. 하지만 이번에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이 약만으로 다스리기 힘들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일까. 6일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영아(44·소아호흡기 전문의)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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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아(소아호흡기 전문의) 이대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Q. 기존의 항생제가 왜 듣지 않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기존 1차 치료제인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로 죽일 수 있는 균, 이 항생제에서도 살아남는 균이다. 이 가운데 후자가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의 내성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3~4년마다 유행했는데, 기존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만 써도 잘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유행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가운데 내성균의 검출 비율이 전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로 해당 폐렴균을 죽일 수 없단 얘기다."


Q. 내성균이 얼마나 늘었나.

"정확한 통계 수치는 없지만 서울대병원에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의 약 70%에서 내성균이 검출되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 병원의 경우 50% 좀 안 되게 내성균이 검출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처럼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한 후 균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내성균이 검출된 환자에게는 진료지침에 따라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가 아닌, 다른 항생제를 써야 한다. 스테로이드제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계 약물을 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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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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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환자 중 항생제 투여 후 내성 걱정 없나.

"이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진단받고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제대로만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제대로라는 건, 의사가 처방한 대로 기간·용량·용법을 잘 지킨다는 걸 의미한다. 오히려 의사가 처방한 대로 따르지 않고 하루 이틀 항생제를 먹다가 임의로 끊는다면 몸에 폐렴균이 사멸하지 않아, 남아있는 균이 내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질환에 대해서는 보통은 5일, 길면 그 이상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실제로 아이 환자의 부모가 동네 소아청소년과에서 처방받은 후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큰 병원', '응급실'에 가서 다시 검사받으려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행동이 내성을 부른다. 동네이든 대학병원이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지도를 제대로 따라야 내성을 막을 수 있다."


Q. 독감 등과 중복 감염될 때만 중증으로 진행하나.

"꼭 그렇지 않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만 감염됐더라도 호흡곤란 증상이 생겼거나, 엑스레이 검사상 폐렴이 심하게 진행해 병변이 넓은 경우, 염증·고열이 심한 경우엔 의사와 상담해 입원해야 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사람마다 진행 속도가 다르다. 교과서에 따르면 아주 어린 아이는 오히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잘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증상이거나 원인균에 노출돼도 아예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별 면역의 차이에 따라 발병하기도, 발병 후 진행 속도가 빠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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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장에서 진행하며 애로사항은 없나.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비롯해 호흡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 환자에게 호흡기 관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진해거담제, 호흡기 치료 약물이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이들 약이 부족해 한동안 처방조차 하지 못한 적이 있다. 특히 소아 시럽제, 호흡기 질환 때 먹는 약 등 부족한 소아 약제가 많은데, 정부가 이를 파악해 충분히 확보해주길 바란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의 부모들은 소아과 전문의의 진료지침을 잘 따라주면 좋겠다. 너무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과 응급실에 가려다가 진료에 혼선을 가중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큰 병원이든 작은 병원이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치료에 대해 전문적이므로 믿고 따라주길 바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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