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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8 (일)

    재앙일까 축복일까…실패로 끝난 AI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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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알트만 사태로 본 ‘AI 윤리 전쟁’


    지난 11월 실리콘밸리를 넘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인물이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돌연 해고됐다 5일 만에 다시 복귀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기업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는 현재 전 세계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윤리 전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샘 알트만이 복귀하며 당장은 ‘AI 낙관론’이 판정승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계기로 AI 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경이코노미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최근 이사회로부터 일방 해고 통보를 받은 지 5일 만에 다시 CEO로 복귀했다. (블룸버그)


    샘 알트만 해고 사태 전말

    ‘MS 대거 이직설’에 이사회 투항

    샘 알트만은 역사상 가장 빨리 기업을 성장시킨 CEO로 유명하다. 챗GPT를 내놓은 지 불과 1년 만에 그가 창립한 오픈AI 기업가치가 860억달러까지 치솟으며 전 세계적 스타가 됐다. 지난 11월 7일에는 기존보다 성능이 한층 개선된 AI 기술과 자신만의 GPT를 생성할 수 있는 모델을 선보이는 ‘데브데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앞날을 밝혔다.

    그런데 데브데이로부터 불과 열흘 만인 지난 11월 17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샘 알트만이 전격 해고됐다는 것. 오픈AI 이사회는 화상 회의를 통해 그에게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내렸다. 전체 이사회 멤버 6명 중 4명이 의견을 모았다. 샘 알트만과 함께 오픈AI를 공동 창립한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수석과학자도 여기 포함됐다. CEO와 이사회 의장인 그렉 브로크만을 동시에 몰아내는 파격 결정이었다.

    ‘쿠데타’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올린 엑스(전 트위터) 계정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나델라 CEO는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로크만이 MS에 합류할 것이며 새로운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오픈AI 임직원의 샘 알트만 해고를 반대하는 탄원서가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해고로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됐으며, 샘 알트만이 복귀하고 현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적하겠다는 협박성 내용이 담겼다.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지자 샘 알트만 해고를 주도한 수츠케버 역시 뒤늦게 탄원서에 서명을 하기 이르렀고 다음 날 21일 오픈AI는 샘 알트만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또 새 이사회 멤버로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인 브렛 테일러와 미국 재무장관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로렌스 서머스가 영입됐다. 이 모든 것이 불과 5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사회가 해고 통보 내린 이유

    당초 설립 목적 ‘윤리’ ‘비영리’ 잃었다

    오픈AI 이사회가 밝힌 해고 사유가 구체적이지 못한 탓에, 이를 놓고 업계에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다.

    첫째는 ‘윤리’ 문제다. 챗GPT 등장 이후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지적돼왔는데, 이 지점에서 샘 알트만과 이사회 사이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요약하자면 ‘부머(Boomer)’와 ‘두머(Doomer)’ 사이 갈등이다. 부머는 AI 낙관론자다. AI 개발이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장 규제보다는 ‘붐’을 일으키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반면 두머는 회의론자다. AI의 급격한 발전이 윤리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낳으면서 결국 인류를 ‘둠(파멸)’으로 이끌 수 있다는 쪽이다.

    샘 알트만은 대표적인 부머, 수석과학자인 수츠케버는 두머였다. 수츠케버를 비롯해 샘 알트만 해고를 주도한 사외이사 타샤 매콜리와 헬렌 토너는 AI가 언젠가 인류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공동체 ‘효과적인 이타주의자들’ 멤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인간처럼 사고하는 ‘범용인공지능(AGI)’ 출현 시 이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해왔다.

    해고 통보 직전 이사회에 전해진 한 통의 서한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픈AI가 새롭게 연구 중인 인공지능 ‘큐스타(Q*)’와 관련된 서한이다. 큐스타가 최근 인간 추론 능력이 요구되는 수학 문제를 푸는 성과를 거뒀으며, 이를 AGI로도 볼 수 있는 만큼 상용화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샘 알트만이 주도하는 ‘월드코인’ 프로젝트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등장했다. 월드코인은 쉽게 말해 ‘홍채 데이터를 제공한 이에게 코인을 주는 프로젝트’다. 샘 알트만은 전 세계인에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이라고 주장하지만 생체 데이터 유출 논란, 여기에 스캠 논란까지 더해지며 도덕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둘째는 ‘영리’ 문제다. 오픈AI는 ‘비영리 단체’다. 구글 등 대기업 AI 기술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그 이름처럼 모두에게 AI 기술을 공유하는 ‘개방형 AI’를 표방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 산하 영리법인 지분 49%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유도 오픈AI가 비영리 단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샘 알트만 최근 행보는 전형적인 영리 기업 양상을 띤다.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강화로 ‘대기업 기술 독점’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 오픈AI가 데브데이를 통해 공개한 ‘GPT빌더(개발 툴)’와 ‘GPT스토어’ 역시 수익성과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생태계 확장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칩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에서 수백억달러 조달을 모색해왔으며 일본 소프트뱅크에도 AI 기기 개발을 위한 기업 설립에 투자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 당시 취지와 상반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이사회가 반기를 들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리한 AI 낙관론…괜찮은 걸까

    주요국 AI 규제 ‘유명무실’ 우려감

    오픈AI,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는 AI 기술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앞으로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샘 알트만 복귀로 그가 지금껏 추구해온 방향에 더욱 힘이 실린 꼴이기 때문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존 오픈AI 이사진이 물러나면서 그나마 유지해온 제동 장치가 없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며 “샘 알트만 복귀에 큰 역할을 한 마이크로소프트 입김도 더욱 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류 미래에 영향을 끼칠 만한 거대한 이슈’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작 정부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몇몇 이사진과 소수 개발자 사이 논의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정부는커녕 투자자 의견도 반영되지 못했다.

    실상 주요국 AI 규제 성과는 아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럽연합이 세계 최초로 AI 구속력을 지닌 ‘AI 규제법’ 초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역시 최근 AI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규제 방법이나 기준 등이 모호하다. 한국에서도 AI 기본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는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기술 면에서 오픈AI를 능가하는 기업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한 기업에 너무 많은 영향력이 쏠려 있는 만큼 더 잘 감시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7호 (2023.12.06~2023.12.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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