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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서구의 소변'이라며 소아마비 백신 거부한 탈레반...이제는 "접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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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정부, 소아마비 백신 접종 캠페인
서방 백신 거부하다 재집권 후 태세 전환
여성 외출, 교육 금지 정책이 '걸림돌'
한국일보

지난달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보건 종사자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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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를 퇴치하지 못한 몇 안 되는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이 백신 접종을 위한 전쟁에 한창이다. 서방의 백신을 못 믿겠다며 온몸으로 접종을 거부하던 탈레반이 2년 전 재집권한 이후 태세 전환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여성의 병원 출입을 제한하는 등 백신 접종의 걸림돌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아프간에선 대규모 소아마비 백신 접종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올해 초 약 900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소아마비는 전염성이 매우 높지만 백신 접종만 하면 피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발생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간과 인접국 파키스탄에선 소아마비가 근절되지 않았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탈레반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이들은 제사회의 백신 접종 운동을 '무슬림 궤멸'을 목표로 한 미국의 계략이라고 믿었다. '백신이 이슬람 여성을 불임으로 만든다'는 낭설을 퍼뜨리며 접종을 온몸으로 막았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백신을 못 믿게 된 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제거에 접종을 '이용'하면서다. 당시 빈라덴을 추적하던 CIA는 파키스탄에 은신한 빈라덴을 찾기 위해 소아마비 백신 캠페인을 진행했고, 아이들에게 '가짜' 백신을 놔주며 혈액 속 유전자(DNA)를 수집했다. 이후 탈레반은 주민들에게 예방접종 금지령을 내렸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미군의 철수로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한 이후 태세를 전환했다. 유엔과 협상 끝에 접종 재개에 합의했고, 야외에 의료 시설을 마련해 오가는 차량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이제 아프간 전역에서 접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소아마비 백신 접종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WP에 전했다.

정작 탈레반이 백신 접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레반 정부는 남성을 대동하지 않는 여성의 외출을 제한한다. 이에 아프간 여성들은 아이와 병원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는 탓에 접종이 여의치 않다. 여성의 교육마저 금지돼 작은 지역의 여성들 중에선 백신 접종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WP는 "과거 사람들은 백신을 '서구인의 소변'이라고 믿었을 정도"라며 "아프간에는 여전히 공중 보건의 장애물이 있다"고 짚었다. 올해 아프간에선 최소 6건의 소아마비가 보고됐는데, 알려지지 않은 감염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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