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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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국가다. 4년 전인 2019년 주세페 콘테 당시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두 정상은 당시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해당 협정은 5년 단위로 갱신되며, 내년 3월 자동 연장될 예정이었다. 갱신하지 않으려면 3개월 전인 오는 22일까지 탈퇴 의사를 통보해야 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의 상징 격인 대외전략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육해상 벨트를 연결, 미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무역과 에너지 공급망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중국에서 출발해 서쪽 끝을 차지하는 유럽은 일대일로의 종착점이자 주요 시장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은 외화가 바닥난 일대일로 참여국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했는데, 서방국가들은 이를 '부채 함정' 외교라고 비판해왔다.
이탈리아 내에서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중국 수출액을 늘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164억 유로로 2019년(130억 유로)보다 26%가량 늘었지만, 일대일로 미가입국인 프랑스·독일의 대중 수출액보다 작았다. 또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액은 지난해 575억 유로로 2019년(317억 유로)에 비해 80%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극우 성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일대일로 참여는 심각한 실수"라며 탈퇴를 공언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서 "이 협정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는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돌아선 배경에는 미국의 압박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파노 스테파니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이탈리아 대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협정 체결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이 협약의 지정학적 연관성을 과소평가했다"며 "G7의 공식적인 정책은 '디스리킹'(위험 제거)이다. 미국은 현 이탈리아 정부에 일대일로 참여와 G7 내 이탈리아의 지위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갱신 여부를 앞두고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일대일로를 벗어날 방법을 고심해왔다. 이탈리아 입장에서 중국은 소속된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미국 다음으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이탈리아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에 "우리가 더는 일대일로 협정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우수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른 G7 국가들은 일대일로에 참여한 적 없음에도 우리보다 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탈리아의 참여를 유지하기 위해 설득에 총력을 다해왔다. 지난 9월에는 타야니 장관을 베이징으로 초대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
블룸버그는 6일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에 대해 "이탈리아가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새로운 타격을 입혔다"고 평했다. 중국 관련 연구기관인 로디움 그룹의 노아 바킨 애널리스트는 "유럽과의 관계에 있어서 중국이 가장 최근 겪은 좌절"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소식이 중국과 EU의 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에 나왔다는 점이 시 주석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닛케이아시아는 짚었다. EU와 중국의 정상회담은 7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양측 정상회담은 2019년 EU 현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천문학적인 대중국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EU와 이를 방어하는 중국의 입장이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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