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확보를 위해 고신용자의 대출금리를 높게 하고 중저신용자의 금리는 낮추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당초 금융당국에 제시한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중저신용자 비중을 높이면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인터넷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신용점수(KCB기준) 1000~951점 구간에서 7.50%를 기록했다. 이는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 KCB 860점 이하)인 850~801점의 5.73%에 비해 1.77%포인트(P) 높으며 케이뱅크가 취급하는 가장 저신용 구간인 700~651점의 5.96%에 견줘서도 1.54%p 높다.
케이뱅크의 고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가 더 높은 것은 중저신용자 목표치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올 연말까지 32%를 달성해야 해 9월말 기준(26.5%)으로 5.5%p 더 비중을 늘려야 한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요건 가운데 하나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꼽으며 불이행시 신사업 검토 등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은행은 인가를 받을 때 사업계획서상 향후 3~5년간 일정 비율 중저신용자 대출을 유지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올리고 저신용자 금리는 낮추면서 목표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월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는 1000~951점 5.92%, 950~901점 6.11%를 기록하며 각각 전월 대비 0.35%p, 0.31%p 올랐다. 반면 850~801점, 800~751점에서는 0.35%p, 0.12%p 내렸다. 평균신용점수도 854점에서 835점으로 낮아지며 중저신용자 대출비중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9월말 기준 28.7%의 중저신용 비중을 기록하며 올 연말 목표치 30%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다만 토스뱅크는 고신용자 확보에 더 주력인 모양새다. 토스뱅크가 10월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는 1000~951점에서 6.64%, 950~901점 7.17%를 기록하며 중저신용자 구간인 850~801점(8.41%), 800~751점(9.01%) 등보다 낮은 금리가 책정됐다. 평균신용점수도 923.7점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비해 약 90점 이상 높다.
토스뱅크의 9월말 기준 중저신용자 비중은 34.46%로 연말 목표치(44%)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최근 토스뱅크가 고신용자 확보에 힘쓰는 것은 건전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의 3분기 고정이하여신은 작년 말(460억원)에서 963억원 늘어난 1423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도 956억원 급증하며 1410억원으로 나타났다. 총여신에서 고정이하·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1.27%, 1.26%이었다. 3분기 연체율은 1.18%로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높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연체율은 0.49%로 작년 말과 같았고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85%에서 0.90%로 소폭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토스뱅크에 비해 건전성 수치가 덜 나빠졌으나 악화하는 흐름은 유사하다.
인터넷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늘리며 연체율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충당금 잔액은 3662억원으로 대손충당금 적립률 243%를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3분기 역대 최대인 약 63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작년 동기(321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토스뱅크는 3분기 누적 3035억원을 적립하며 대손충당금 적립률 213.33%를 기록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의 금리를 낮게 책정한 것은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라면서 "건전성 확보와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를 둘 다 잡기 위해 인뱅들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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