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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정동칼럼]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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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다. 인사의 중요성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다. 흔히 유교의 정치관을 비판할 때, 임금의 덕과 수신만 중요시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왕이 덕이 있고 유능해야 좋은 신하를 구하고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 통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존현사능’이었다. 현명한 사람을 높여쓰고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면 나라가 잘 운영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훌륭한 임금이 가만히 남면(세상을 바라봄)만 해도 통치가 된다는 말은, 인사가 왕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물론 현대의 대표제 민주주의는 유교 정치이론과 차이가 있다. <대의정부론>에서 존 스튜어트 밀은 이렇게 말한다. ‘선한 독재자가 절대 권력을 장악하면 정부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덕스럽고 현명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선한 군주 한 사람만으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일종의 전능한 존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는 나라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항상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신하 중에서 행정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정직하고 유능한 사람들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 밀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이런 통치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선거로 뽑힌 의회가 권력자를 잘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교의 정치관에 따르면 통치자가 선한지가 매우 중요하다. 반면 현대 민주주의자들은 나쁜 사람조차 좋은 통치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렇게 근본적인 입장은 다르지만 정치에 대한 관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선한 통치자든 그렇지 않은 통치자든 결국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다. 인사를 통해 우리는 통치자의 국정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정치인은 말로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 국민을 받들겠다,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국정을 내 맘대로 하고, 나하고 친한 사람들만 요직에 임명하고, 언론이나 야당이 하는 말은 듣지 않겠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다. 그래서 국민은 그가 실제 행하는 정책이나 그가 임명하는 공직자들을 보고 그 진의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책에는 늘 장단점이 있고 시행의 결과는 한참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로 인사를 통해 통치자의 진심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검찰공화국’에 대해 진심이다. 행정 역량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사이며, 그래서 검사들이 모든 일에 가장 전문가라는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검사들 중에서도 특수부 검사가 유능하고, 특히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은 더욱 적임자로 여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 경력이 전혀 없을뿐더러 실무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에 어떤 경험도 없는 전직 특수부 검사를 방송통신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할 리 없다.

임명의 배경으로 오죽 할 말이 없었는지, 대통령실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소년 가장으로 일을 하면서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졌고, 뒤늦게 대학 진학 후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을 방송통신위원장 발탁 이유로 삼았다. 뒤로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가정교사를 지냈다는 홍보성 메시지도 흘러나왔다. 다수 언론은 원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검증하다가 이동관 위원장의 사퇴로 급히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김홍일 지명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을 맡은 지도 6개월이 안 되었다. 국가의 청렴이나 국민의 고충을 담당하는 장관급 자리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가벼운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방송과 통신에 관한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현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리 중 하나로 우리 헌법에도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과거에 최시중 같은 대통령의 측근이 임명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언론인 출신이었다. 이번에는 이유가 색다르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라는 것이다. 보수신문까지 꼭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사설을 실었다.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때마침 뉴스타파 대표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이쯤 되면, 언론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의 과거 검사 선배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 배경을 국민들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청문절차와 관계없이 임명권은 어차피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만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여당도 곤혹스러워 보인다. 이번 인사가 강행된다면 국민도 불행해지겠지만 대통령에게도 좋다고만 볼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재고를 바란다.

경향신문

이관후 정치학자


이관후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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