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5 (화)

[임석희 칼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 …다함께 꿈을 향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주경제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로호 발사가 끝난 후 미국으로 이민 간 동료가 미국에는 우주엑스포(Space Tech Expo USA)라는 신문물이 있다며 소개해 준 것이 거의 10여 년 전 일이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우주기술박람회’라는 개념이 낯설기도 했고,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적극적인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8년 누리호 시험발사체가 비행시험에 성공하면서 발사 서비스에 눈을 뜨며 뉴스페이스 물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2019년 가을 Space Tech Expo Europe(STE)에 드디어 참석하게 되었다. 각종 포럼과 전시회를 겸하는 이 우주박람회는 2013년 북미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봄가을에 열리며, 유럽은 브레멘에서 2015년부터 시작하여 격년으로 진행되다 2019년부터는 매년 개최된다. 다른 우주 관련 학회가 연구자 중심인 학술행사라면 이 엑스포는 기업 역량 강화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겠다.

2019년 브레멘에서 우주산업시장의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부품, 서브 시스템, 시스템을 한눈에 목격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큰 행운이었다. 그때 유럽을 선택했던 것은 뉴스페이스 시작의 단초가 되었던 ‘소형위성’이라는 세션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산업, 기술, 소형위성 세션으로 구분된 콘퍼런스는 3일 내내 지속되었고, 400여 개 우주 관련 업체들이 그들의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였다. 그리하여 발사체를 왜 만드는지, 위성은 왜 만드는지, 그리고 우주에서 얻은 정보는 우리 삶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들 우주시장의 가치사슬들은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우주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업체들의 현재 상태, 기술 개발 동향을 직접 확인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우주산업의 틀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유럽 각국 우주기관의 정책, 이 정책 기조를 수행하는 연구기관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같이 출장 간 동료와 동행하는 기간 내내 각자 보고 느낀 것을 얘기하고, 우리 미래를 논의하고, 어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오늘 다시 방문해서 확인하며 시너지가 배가시킬 수 있었다.

유럽과 미국의 우주 관련 기업들이 자국 시장으로 스스로를 한정하지 않고 세계시장을 상대로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것. 이것이 뉴스페이스 시대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 우주엑스포에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더 다양한 분야의 기업인들이 함께 참여하여 출장 기간 내내 의견을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자 제품 전시회 중 하나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는 가전제품 관계자 외에도 다른 분야 연구기관, 심지어 정치인, 기자들도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우주 분야도 이제는 연구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 정치인, 기자들과 함께 와서 같이 보고 배우며 우주 개발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나라 우주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좋아질까?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STE를 소개해 오던 중 올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2023년 우주산업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STE 참관 중심으로 기획하였고 발사체, 위성, 탐사, 지상국, SW 솔루션, 센서, 광학부품, 통신, 전략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12개 기관에서 온, 이름하여 브레인 우주원정대 14인을 최종 선발하였다. 그리고 필자 또한 여기에 합류하게 된다. 필자의 주 업무인 우주수송을 중심으로 올해 STE에서 새롭게 소개된 내용과 원정대들의 간단한 소감을 독자들과 간단히 공유하고자 한다.

브레멘 하면 우리는 자동반사적으로 브레멘 음악대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인구 57만명 규모인 독일 북부 브레멘은 더 이상 이야기 속 음악도시가 아니라 유럽의 우주개발 대표 도시다. 브레멘은 14세기부터 한자동맹 일원으로 참여하여 중세 독일과 북유럽 지역에서 상업적·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다양한 상거래로 번창했지만 나폴레옹의 침공과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19세기 말 한자동맹이 사실상 해체되면서 브레멘도 점차 쇠퇴하는 듯했다. 그러나 2023년 브레멘에는 우주개발 연구기관뿐 아니라 Airbus Defense and Space, OHB SE와 같은 다수 우주기업이 위치하여 독일과 유럽의 우주 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매년 11월이면 유럽 최대 우주행사인 Space Tech Expo Europe이 열린다.

올해는 작년 대비 약 100개 부스가 더 설치되어 550개 기업이 그들의 기술과 제품을 전시했는데 여기에는 발사체와 발사 서비스, 지상국과 솔루션, 적층 제조, 우주 감시 SW 분야의 우리나라 기업 5개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곳에서 우리 부서(한국항공우주연구원)와 함께 3톤급 메탄연소기를 이종 금속으로 적층 제조하는 기술이 시연되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우리나라 우주기업 성장에 일조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작년에는 STE에 2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참여가 점차 증가하기를 희망한다. 세션은 기존 (우주) 산업, 소형위성과 함께 작년에 등장한 모빌리티 세션이 유지되었고, 스타트업 위주의 신생 우주기업들을 소개하는 세션이 추가되어 3일간 총 4개 세션에서 우주산업 생태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포럼이 진행되었다. 전체 참여자는 650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번 STE에서는 전통적인 우주기업들이 ‘경쟁’ ‘스타트업 지원’을 직접 언급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유럽은 여러 나라의 연합인 만큼 우주 개발도 합동으로 수행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그동안은 협력이 더 강조되었는데 올해에는 유럽이 '우주 개발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함을 여러 번 강조했다. 다만 미국식 경쟁을 무작정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고유의 경쟁 방식으로, 즉 여전히 협력을 구현하는 가운데 경쟁력을 높이는 다소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를 찾아내 진화하려는 유럽인들의 의지가 강해 보였다.

유럽은 Arian5라는 세계에서 발사 성공률이 가장 높은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싼 발사 비용은 유럽 시장에서는 정책적으로 수용될 수 있지만 세계시장에서는 외면받아왔고, 결국 2023년 7월 117번째 발사를 끝으로 Arian5는 우주 시장에서 퇴역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비용을 낮춘, 즉 가격 경쟁력을 높인 다음 발사체 Arian6를 기다리고 있다. 연간 10회 정도 발사를 계획하는 Arian6는 제작 조립에 6개월이 걸리며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건강한 가격 경쟁력 있는 공급망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는 물론 비용 절감을 뜻한다.

이 밖에 유럽 내 여러 개 소형 발사체 또한 발사 서비스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들에게는 상시 사용할 수 있는 발사장 확보가 걸림돌이다. 이에 유럽우주국은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발사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유럽에서도 소형 발사체가 여러 개 개발될 터인데 이들이 안전하게 마음 놓고 발사할 수 있는 발사장은 이들에게 세계 우주시장에서 또 다른 경쟁력을 더할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는 지금 어느 나라에서 공공이건 민간이건 새로운 발사체가 발사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새로운 발사체가 먼저 이륙하느냐가 전 세계의 관심사다. 아울러 새롭게 등장하는 발사 서비스를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 발사 허가와 같은 법이나 규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었다.

이 밖에 기존 소형 발사체 개발 회사 외에 인도, 일본,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에서도 소형 발사체 서비스를 준비 중인 새로운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발사체용 엔진만 개발하고 이를 판매하는 유럽회사, 어떤 제품도 제작하지 않고 발사 서비스를 중계해주는 회사, 발사체·위성·탐사선 설계만 용역받아서 수행하는 컨설팅 회사들이 부쩍 늘었다.

이 가운데 작년까지는 전통적인 우주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의 관계가 약간 물과 기름처럼 비치곤 했는데 에어버스 디펜스가 혁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비전통적인 시장 상황, 접근성, 비용 효율성, 빠른 제품 개발, 상생, 기업가 정신, 애자일의 가치를 수호하며 여러 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협력하고 있으며 이들의 기술력에 대해 인정하고 상호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스타트업들이 전통시장에 낸 균열의 힘을 느꼈다.

또한 궤도상 서비스 관련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지구에서 우주로 가는 발사체뿐 아니라 궤도 간 수송을 위한 저추력 추진기관을 개발하는 회사가 증가했다. 궤도 간 수송선이 우주산업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 방안이 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형 위성은 종종 군집운용(위성 수십 대를 유기적으로 작동시킴)되는데 이로 인해 위성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게 되었고 모든 양산이 그러하듯 이때 표준화와 규격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시장에서 이런 표준을 수립할 때 우리나라도 늦지 않게 세계 표준화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모든 경향은 조만간 우주산업 분야도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됨을 예고하는 듯하다.

위성정보 활용 분야는 올해 많이 소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기후위기 때문인지 기후 관련 위성정보 활용 포럼이 있었고, 패널들은 도시열섬기온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사회경제학자와 협력하거나 새로운 도시계획설계자와 도시행정가들에게 이를 활용하여 열대야나 폭염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브레멘 우주원정대는 해외 기업들과 기술력을 직접 비교하며 대한민국 기술력이 유럽 기술력에 뒤지지 않음을 확인했다. 혹자는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혁신을 피부로 느낀 현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참여자들은 각 기업에 필요한 해외 업체를 즉각 확인하고 네트워킹하며 신규 공급망 확보 가능성을 높였고, 일부는 현장에서 직접 세일즈를 하고 귀국한 후 해외 업체에서 연락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또한 우주 개발은 기본적으로 해외시장을 무대로 생각하는 유럽인들 모습을 보며 우리의 목표 시장을 마음속부터 넓히고,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 보며 우리 기술력 수준을 확인하여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나 해외 경쟁업체의 생생한 정보를 입수하여 국내외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 점은 이번 연수 프로그램의 큰 성과라고 본다.

유학 시절 제자로 받아주셨던 교수님과 처음 만났을 때 “왜 혼자 왔니”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말의 깊이를 이해한 것은 발사체라는 복합기계를 실제로 만들면서다. 발사체도, 위성도, 탐사선도, 우주정보 활용도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상당 분야의 성과를 조화롭게 사용할 때 의미 있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 기업들이 정부과제의 사업화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상업화로서 사업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는 동지를 만난 것 같아 기쁘다. 더 많은 우주산업 종사자들이 이런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건강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리고 우리는 연수를 마치며 Space Tech Expo Korea는 왜 없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우주개발2.0’ 시대를 선포하며 정부는 민간에 우주개발 참여의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 역사에 이제 더 이상 항우연 혼자가 아니다. 항우연에는 든든한 우리 우주산업체가 있다. 함께 꾸는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다. 그 꿈은 이루어진다.

임석희 필자 주요 이력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 열유체전공 박사 ▷모스크바 항공대학교 연구연가 ▷켈디시 연구소 파견 연구원 ▷2013 나로호 개발 유공자 대통령 표창 ▷2022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아주경제=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