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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도 못 정한 채 시작된 총선...오늘부터 예비 후보자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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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예비 후보자 등록

조선일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등록 접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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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2일부터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등록을 받는다. 내년 4·10 선거일로부터 120일 전인 이날부터 여의도 입성을 희망하는 이들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회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나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확정하지 못해 일부 예비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와 선거 룰도 제대로 모른 채 우선 후보 등록부터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지난 5일 제시한 안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인구 상한선을 넘은 지역 6곳이 분구되고,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친 6곳은 합구된다. 지역구가 조정되거나(5곳), 자치구·시·군 내 경계가 조정되는 지역(15곳)도 20곳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도록 규정하지만 국회는 법정 시한을 벌써 7개월 넘겼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면서 거부 뜻을 밝혔고, 국민의힘도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정치 신인들은 답답함을 토로한다. 안 그래도 현역 의원들이 유리한 상황에서 이름 알리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거구 획정위는 지난 5일 현행 포천·가평 지역구를 포천·연천·가평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지역 여야 예비 후보들은 “포천과 가평이 각각 서울의 1.5배 남짓한 면적인데 선거를 4개월 앞두고 서울 1.3배 면적인 연천군이 추가될 수 있어 황당하다”며 “당장 사무실을 추가로 구할지 결정해야 하고, 지역별 총선 공약, 출근 인사 동선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인구가 약 32만명인 하남시는 갑·을로 나뉘는데 정작 후보자들은 하남시의 14동이 어떻게 나뉠지 모른다. 지역 관계자는 “젊은 층이 많은 하남 미사 지구는 야당 지지세가 강하고, 신장동과 덕풍동 등 원도심 일대는 여당 지지세가 센 편인데 아직도 갑·을이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다”며 “후보들이 어디에 전력을 쏟아야 할지 모르는 ‘깜깜이 신세’라고 답답함을 토로한다”고 했다. 역시 분구 대상인 경기 화성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예비 후보자는 “현역 의원들은 선거 120일 전까지 사실상 무제한으로 현수막을 걸고 의정 보고회를 열며 자신을 알릴 수 있었지만, 신인들은 그렇지 못해 불리한 싸움”이라고 했다. 선거구가 바뀌면, 지역구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 명함 등도 교체해야 해 금전적 손해가 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 예비 후보 등록은 총선 후보자 등록일 전날인 내년 3월 20일까지 가능하다. 예비 후보는 현역 정치인과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제도다.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문자메시지 대량 발송, 선관위가 허용하는 예비 후보자 홍보물 발송 등을 할 수 있다. 예비 후보자는 본인이 어깨띠를 두르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후원회를 설립해 1억5000만원까지 모금이 가능하다. 올해는 선거법이 바뀌어 공식 선거운동 기간(선거 전 14일)에는 후보자와 배우자, 선거운동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비로 어깨띠 등 소품을 구입할 경우 후보자와 함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을 꿈꾸는 정치 신인들도 어떤 선거제가 채택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과거 제도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해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일 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이번에는 정당이 50개 정도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비례 의석을 겨냥해 총선 때만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떴다당’이 수십 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거제 회귀를 ‘정치 퇴행’이라 비난하는 당내 목소리와 군소 정당 시선을 의식해 민주당은 선거 룰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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