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586기득권, 오만정 떨어져”
논란이 된 발언은 김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이 모인 ‘원칙과 상식’이 연일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신당 창당을 시사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나왔다. 김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당사자들과 관련된 공천권 보장 문제”라며 “전두환·노태우 시절의 민한당 이후에 안철수, 손학규로 이어졌던 일종의 정통 야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이라고 했다. 사쿠라는 벚꽃의 일본어로, 우리 정치권에선 과거부터 ‘야합자’ ‘변절자’의 의미로 쓰인다.
김 의원은 “지금 시대정신은 국민들은 뭉쳐서 윤석열 검찰 독재를 견제하라인데,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당내 문제에 돌리거나 또는 시대 과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라고 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당이 하나가 돼 맞서 싸워야 하는데, 다른 목소리를 내면 변절자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이재명 대표와 (대선) 경선을 해서 진 분 아닌가. 이건 사실상 경선 불복”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를 포함해 586 기득권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왜 커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내로남불로는 떠나가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민석 의원의 이력을 겨냥해 “독재 정권 시절 학생운동 하고 총학생회장 한 게, 안기부 특채를 노리고 나중에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한다는 식의 마타도어와 같은 수준”이라고 했다. 또 ‘공천을 받으려 저런다’는 김민석 의원에 대해 “만정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민주당 대표적 86세대인 김민석 의원은 15대 총선에서 최연소인 31세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서울시장 후보까지 되면서 ‘차기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겨 ‘철새’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한 초선 의원은 “그런 이력이 있는 김 의원이 민주당 주류를 비판하는 당내 동료를 ‘사쿠라’라고 하는 것 또한 운동권식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정책위의장 시절엔 ‘운동권 동지’인 송영길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자 “송영길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보증한다”고 해 논란이 됐었다.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의원의 과거 탈당 사건을 거론하며 “이 사건으로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고 10년 넘게 정치 낭인 생활을 했다”며 “말이 현실론이지 선택의 중심엔 늘 김민석 본인이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여선웅(40)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본지에 “김민석 의원의 이 전 대표 비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애처로웠다. 생명 연장을 위해 돌격대장을 자처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86세대 정치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당내 주류를 이루는 86운동권 현역들 가운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우상호 의원 단 한 명이다.
공격 대상이 된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김민석 의원 발언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안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김민석 의원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반박할 용기가 없다고 본다”며 “사쿠라의 길을 접기 바란다”며 맞섰다.
[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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