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자재 사업을 하는 현대힘스가 이 같은 조선업 순풍을 타고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경영 실적이 지속해서 개선 중인 점이 강점이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현대힘스 최대 주주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는 투자 5년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구주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래픽=정서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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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대힘스는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870만7000주를 공모한다.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주관사를 맡았다. 현대힘스는 다음 달 8일부터 12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어 17일부터 18일까지 청약을 받아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현대힘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5000원에서 6300원으로 제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 기준 공모금액은 435억원에서 549억원이다. 시가총액은 1741억원에서 2194억원이다.
현대힘스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PBR(주가 순자산 비율·시가총액/순자산)을 토대로 정해졌다. 비교군으로 케이에스피, 오리엔탈정공, 세진중공업, 한국카본을 선정, 평균 PBR을 산출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PBR 1.69배에 현대힘스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본총계 1749억9100만원을 곱하고,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 평가액이 8311원으로 나온다. 여기에 할인율 24.2%~39.84%를 반영해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정했다.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사 평균(22.73%~34.27%)보다 최대 5%포인트가 할인 폭이 컸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에서 직원이 그라인딩 작업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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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힘스는 2008년 4월 당시 현대중공업의 선박 블록과 배관 제조 부문을 현물 출자해 만들어졌다. 선박 블록 제작이 주력 사업이다. 선박 블록은 선박을 여러 구획으로 나눈 단위다. 보통 수십에서 수백개의 선박 블록을 조립해 하나의 선박을 건조한다. 현대힘스는 선박 블록 등을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에 공급 중이다.
조선업황이 개선되면서 현대힘스 경영 실적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대힘스는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연결기준 매출 1343억원, 영업이익 111억원을 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은 28.7% 늘었고, 영업이익은 288.8% 뛰었다.
다만 현대힘스가 최근 3년간 매출의 90% 이상을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2개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점, 조선업계가 인력난으로 여전히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위험 요소다.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3분기 월평균 건조량은 77만6000CGT로 정상 수준으로 꼽히는 90만CGT를 밑돌고 있다.
구주매출 비중도 크다. 현대힘스는 총 870만7000주를 모집하는데 신주가 522만4000주(60%)이고, 구주매출이 348만3000주(40%)다.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의미한다. 구주매출 비중이 크면 공모주로 조달한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공모주 흥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투자가 뜨겁고, 앞서 진행한 LS머트리얼즈도 구주매출 비중(40%)에도 10조원이 넘는 청약 자금을 끌어모았던 점을 볼 때 모집 구조보다는 투자자들이 선박 기자재 업체의 성장성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더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주주들은 상장 후 1년간 의무 보유를 확약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를 덜기로 했다. 현대힘스의 최대 주주는 제이앤PE다. 제이앤PE가 2019년 4월 특수목적법인(SPC) 허큘리스홀딩스를 세워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에 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분 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상장 후 제이앤PE와 HD한국조선해양의 지분율은 53.75%, 21.25%로 각각 줄어들 예정이다.
현대힘스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과 자체 자금을 활용해 전남 영암군 용당일반산업단지에 선박 독립형 화물창 및 연료탱크 제작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 2025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나 메탄올, 암모니아, 액화이산화탄소 등을 담을 수 있는 화물창과 연료 탱크를 연간 25척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해운업계가 환경 규제에 발맞춰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을 발주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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