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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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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세월호 사망 7년간 몰랐던 친모…대법 “국가가 3억7천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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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시효는 지났지만 배상액 상속분은 인정

한겨레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사흘 앞둔 지난 4월13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보존된 전남 목포시 달동 목포신항 철제부두에 노란색 추모 리본이 묶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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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아들의 사망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친어머니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위자료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다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숨진 아들에 대한 배상액 중 친어머니 상속분 3억7천만원은 인정했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친어머니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구액 전부를 인용한 원심을 일부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ㄱ씨는 이번 소송으로 아들 사망으로 인한 자기 몫의 위자료 3천만원과 아들이 참사로 숨지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기대수입(일실수입) 등 배상액 중 자신의 상속분 3억7천만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 가운데 ㄱ씨의 위자료 청구액 3천만원에 대한 소멸시효가 다했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2000년 남편과 이혼한 뒤 수년 동안 아들과 교류 없이 지내다가 세월호 참사 7년 뒤에야 아들 사망 사실을 알게 됐다. 2021년 1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가 세월호 참사 국민 성금을 수령하지 않은 것을 보고 ㄱ씨에게 연락하면서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이다. ㄱ씨는 통화 당시 “우리 아들이 세월호 때문에 죽은 거냐” “그럼 단원고를 다녔었냐”며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오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세월호 참사에서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가 없었다며 ㄱ씨 청구를 기각했다. 2심은 청구액 4억원을 모두 인용하며 ㄱ씨 손을 들어줬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의 위법행위로 고인이 숨졌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 전 정장은 세월호 참사에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돼 2015년 징역 3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아울러 2심은 ㄱ씨가 아들 사망 사실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잡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아들 사망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소멸시효 정지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ㄱ씨 위자료 3천만원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김 전 정장의 위법행위가 확정된 2015년 11월27일로 보고 국가재정법상 5년의 소멸시효가 다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소멸시효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지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란 권리행사에 법률상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행사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해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아들 배상액 중 ㄱ씨의 상속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민법 181조는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 등이 있는 때로부터 6개월 내에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ㄱ씨가 아들 사망 사실을 알게 된 날 ‘상속인의 확정’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ㄱ씨는 상속재산에 대한 6개월의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에 소를 제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민법 181조 ‘상속인의 확정’에 상속 승인 등에 의해 상속 효과가 확정된 경우가 포함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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